[기획] 대전봉명중, 유혹의 시대 '선택의 힘' 키운다
  • 정예준 기자
  • 입력: 2025.10.01 09:00 / 수정: 2025.10.01 09:00
[더팩트-대전시교육청 공동 캠페인 '우리들의 안전한 학교생활'③]
대전봉명중, 학생 주도 도박예방 교육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불법 온라인 도박이 사회적인 문제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선 교육 현장과 관계기관에서는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파멸을 불러올 수 있는 도박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며 학생들에게 예방 교육 활동은 물론 직접 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더팩트>는 앞으로 4차례에 걸쳐 대전시교육청 학교 생활지도 및 교육 정책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끌어들이고 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행성 게임, SNS 베팅 콘텐츠 등은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의 5% 이상이 도박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도박이 학업 부진, 정서 불안, 가족 갈등, 나아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봉명중학교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도박의 위험을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2025학년도 도박예방 선도학교'로 지정돼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이를 ‘봉명 세이프존(SAFE ZONE)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 자가 진단부터 상담 연계까지…‘예방형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첫걸음은 조기 진단이다. 학생들은 '청소년 도박 문제 평가 도구(CAGI)'를 활용해 스스로 위험 수준을 확인한다.

결과에 따라 △비문제군 △경미 위험군 △문제군으로 분류되며 고위험군은 보호자 동의를 거쳐 전문 상담으로 연결된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예방이 아니라 개별 학생 상황에 맞춘 맞춤형 개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도박 예방 교육 영상과 실제 피해 사례를 학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도박은 나쁘다’는 구호를 넘어, 그 사회적·정서적 파급효과를 직접 이해하고 스스로의 생활 태도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다.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 학생들이 만든 메시지, 또래에게 더 큰 울림

봉명중의 예방 교육은 전달식에서 머물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참여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먼저 학급 단위로 도박예방 표어를 창작해 피켓을 제작했다. "악마의 속사임, 인생을 도박에 거시겠습니까?", "도박으로 돈을 번 사람은 도박회사 사장뿐" 같은 문구는 학생들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생생한 메시지였다.

이 피켓은 등굣길 캠페인에서 활용돼 또래 영향력을 통한 예방 효과를 높였다.

포스터(X배너) 제작 활동도 활발했다.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작품은 복도와 급식실, 체육관 앞에 전시돼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심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 단위로 참여한 UCC 영상 제작은 뉴스 형식, 상황극, 브이로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완성됐다.

‘게임과 도박, 무엇이 다른가?’, ‘나의 선택,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 영상은 홈페이지와 점심시간 상영을 통해 확산되며 캠페인의 파급력을 높였다.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표어 제작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도박예방 표어 제작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 교실 넘어 가정으로, 공동체 전체로 확산

학생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교내 전시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회와 동아리가 중심이 돼 스포츠 한마당, 학급별 캠페인, 또래 상담, 퀴즈 대회, SNS 공유 등으로 확산됐다.

참여 학생들은 ‘전달자’로서 역할을 하며 자기효능감을 경험했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키웠다.

학교는 가정과의 연계도 중요하게 여겼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활동을 학부모와 공유하고, 가정에서도 예방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실천 자료를 제공했다.

이는 학생의 생활 전반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유지되도록 하는 장치이자, 학교와 가정이 함께 만드는 협력 구조였다.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도박예방 X배너의 모습.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도박예방 X배너의 모습. /대전시교육청

◇ ‘나쁜 것’이 아니라 ‘왜 위험한지’를 배우는 교육

봉명중이 강조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도박은 해롭다"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위험한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학생 스스로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또래와 협력하며 책임감을 배우고, 자기 표현력과 실천력을 키워 간다.

학교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박 유해성에 대한 인식 확산 △학생 주도의 참여 경험 △건전한 여가 활용 대안 제시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넘어, 학교 문화와 지역사회 건강성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도박예방 SNS 홍보물. /대전시교육청
대전봉명중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도박예방 SNS 홍보물. /대전시교육청

◇ 오늘의 작은 실천, 내일의 큰 변화

봉명중은 현재도 교실과 복도, 친구들 사이에서 ‘세이프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의 작은 참여가 모여 또래 문화를 바꾸고, 가정과 지역을 연결하며, 나아가 더 건강한 사회로 확산되는 씨앗이 되고 있다.

"도박은 멀리, 선택은 스스로"라는 봉명중의 원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의 방향이다.

유혹의 시대 속에서 선택의 힘을 키워주는 학교, 그것이 봉명중이 지켜가고 있는 교육의 역할이다.

※ 대전봉명중, 유혹의 시대 '선택의 힘' 키운다 기사는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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