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사람 키우는 교육, 대전에서 새로운 모델 세울 것"
  • 선치영, 정예준 기자
  • 입력: 2025.09.23 09:00 / 수정: 2025.09.23 09:00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소명으로 학부모가 신뢰하는 교육 만들겠다"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는 2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40여 년간 교직과 교육행정을 두루 거친 그는 최근 행복교육이음공동체(HELP: Happy Edu-Link Partnerships)를 설립하며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 전 국장은 먼저 '행복교육'을 '학생이 존중받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성적 중심 경쟁을 넘어 협력과 탐구 중심 수업, 교사와 학생 간 신뢰 관계 구축, 지역 대학·기업·연구소와 연계한 진로 체험 확대 등을 구체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며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사람 중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아이들의 삶 전체를 세우는 일"이라며 "학생에게는 도전과 격려를, 교사에게는 신뢰와 자율성을, 학부모와 지역사회에는 참여와 협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교육의 시급한 과제로는 인성교육 강화와 학교폭력 예방을 꼽았다. 독서 습관 형성과 문화·예술·체육 교육 활성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돕고,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전은 대학, 연구소, 기업, 문화예술기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라며 "이를 교육과 연결해 학생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의 행정 부담과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오 전 국장은 교사 정원 확충, 심리 치유 체계 구축, 법적 지원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외롭게 서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진로·진학 지원에 있어 입시 지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강점을 발견하는 상담 체계 강화, 지역 기관과 연계한 현장 체험 확대, AI 기반 맞춤형 교육 도입 등을 통해 기회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소명으로 삼아왔다"며 "학생이 즐겁고 교사가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가 신뢰하는 교육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대전은 교육과 과학, 효와 국방, 그리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품은 도시"라며 "이 자원을 교육에 연결해 미래를 선도하는 교육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과의 일문일답.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40년간의 교육 경력을 바탕으로 행복교육이음공동체(HELP)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교직과 교육행정을 거쳐 40여 년간 학생·교사·학부모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왔다. 그 긴 세월 동안 제가 깨달은 것은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제도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학교나 교육청 같은 기관에서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 즉 진로 고민에 방황하는 아이들, 가정형편으로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들, 과도한 업무와 갈등으로 지쳐 있는 교사들 말이다.

바로 그 지점을 메우고자 뜻을 함께한 동료들과 행복교육이음공동체(HELP: Happy Edu-Link Partnerships) 설립했다.

이름 그대로,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가정·학교·지역 사회를 '이음'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교육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와 나누며 교육 당사자를 실질적으로 돕는 제3의 플랫폼이 되고 싶었다.

-'행복교육'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행복교육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존중받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뜻한다. 학교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수업에서는 성적 위주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탐구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생활교육에서는 안전하고 신뢰받는 공간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진로교육에서는 단순한 입시 지도를 넘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탐색하고, 지역 대학·기업·연구소와 연계하여 삶의 방향을 설계할 기회를 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으로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

-오랜 교직과 교육행정 경험을 통해 얻은 핵심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핵심 교육 철학은 '사람 중심의 교육'이다.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아이들의 삶 전체를 세우는 일이다. 학생에게는 도전과 격려의 기회를, 교사에게는 신뢰와 자율성을, 학부모에게는 참여의 장을, 지역 사회에는 협력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가치는 기초와 기본이다.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학생들이 인성을 바탕으로 기본 학력과 생활 습관을 갖추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자 마무리다.

대전이 가진 '교육·과학·효·국방·역사'의 자원을 교육에 녹여내어 아이들이 바른 품성과 튼튼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대전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성교육 강화 및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AI의 확산으로 심한 경쟁의식 및 정신적 불안정 등 다양한 불안한 요소의 해결을 위한 인성교육의 핵심을 독서의 체계적 습관 지도 및 예술, 문화, 체육 교육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교육 격차 해소다. 가정 환경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학습·진로 기회가 달라지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성적 차이가 아니라 삶의 기회 자체가 갈라지는 문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대전은 대학, 연구소, 기업, 문화예술기관, 국방 관련 기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다. 이를 학교 교육과 촘촘히 연결하여 학생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교사들의 행정 부담과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해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행정업무와 각종 보고에 시달리고, 교권 침해까지 겹쳐 교사들이 정신적으로 크게 지쳐 있다.

해법은 세 가지 방향으로 본다.

먼저 교사 정원 확충으로 교사에게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 교사의 정신적 안정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상담·휴식·심리 치유 체계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적 지원 체계 강화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와의 갈등 속에서 교사가 외롭게 서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진학 고민과 지역 및 계층의 교육 격차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맞춤형 진로·진학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을 때, 진로융합교육원 설립을 위한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 개원했다.

이를 통해 입시 지도에 그치지 않고, 개별 학생의 적성과 강점을 발견하는 진로 상담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대학·기업·연구소와 협력한 현장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디지털 기반 학습 도구와 AI 맞춤형 교육을 활용해 학습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교육은 출발선이 달라도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 어느 가정, 어느 지역에 살든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학부모와 지역 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참여형 교육 행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참여형 교육 행정은 교육을 학교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로 만드는 것이다. 학부모가 학교 운영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 사회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학교는 지역 자원을 학생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도서관·문화센터·대학·기업이 학교와 협력하여 학생들의 배움을 돕고, 교육청은 이를 조정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학부모와 지역 사회는 교육을 '내 일'로 체감할 수 있다.

-끝으로 대전 시민들께 한 말씀

교육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아이들이 어떤 교실에서 배우고,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느냐가 대전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전은 교육과 과학, 효와 국방, 그리고 자랑스러운 역사까지 고유한 자원을 가진 도시다. 이 모든 자원을 교육에 연결하여 아이들의 인성과 기초학력을 튼튼히 다진다면 대전은 미래를 선도하는 교육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소명으로 삼아 왔다. 학생이 즐거워하고, 교사가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교육을 위해 시민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 교육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대전은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교육,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이 22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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