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은 18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전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권위와 실적 중심의 낡은 행정을 끝내고 학생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소장은 1980년대 교육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네 차례 해직과 복직을 겪은 경험이 자신의 교육철학의 뿌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교권 향상, 무상급식 도입, 사학 비리 문제 해결 등에 시민사회와 함께해왔다"며 "교육청은 지시·감독 기관이 아니라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 혁신의 핵심 과제로 △학교자치조례 제정 △참여형 정책숙의제와 참여예산제 확대 △학생 참여 보장 등을 통한 '참여와 협력'의 제도화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학력 격차와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맞춤형 학습 지원 체계, AI 튜터 도입, 교권보호조례 제정, 갈등 중재 전문가 배치 등을 해법으로 내놓기도 했다.
특히 성 소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소규모 학교를 특성화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로 바꿔야 한다"며 "폐교가 불가피하다면 지역의 평생학습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성광진 소장은 "대전 교육을 전국에서 가장 청렴하고 민주적이며 혁신적인 모델로 만들겠다"며 "아이들이 기쁘게 배우고 교사들이 즐겁게 가르치는 희망의 학교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

-교직에서 해직과 복직을 여러 차례 겪은 것으로 안다. 그 경험이 오늘의 교육철학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1980년대 후반 교육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네 번에 걸친 해직의 고초를 겪었다. 이 험난한 과정은 나에게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개인적인 시련에 그치지 않고 이후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 경험을 통해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실 안에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더 넓은 연대를 통해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 주체는 학생과 교사다. 이들이 편안하게 학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해직과 복직을 거듭하며 나는 소외된 장애인 교육, 비리 사학 문제, 교권 향상, 무상급식 도입 등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끊임없이 교육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 경험은 교육청이 지시하고 감독하는 권위적인 기관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자율적인 교육 활동을 철저히 지원하고 협조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줄곧 '참여와 협력'을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 교육감이 된다면 어떻게 제도화할 계획인가?
지금 껏 줄곧 '참여와 협력'을 교육의 핵심 가치로 강조해왔다. 교육 공동체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주장이고, 이를 위해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첫째, '대전학교자치조례'를 제정해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자주적으로 참여하는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둘째, '참여형 정책숙의제'를 운영해 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수립 단계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 대표들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또한, '참여예산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시민과 전문가 그룹의 참여를 확대하고 위원회에 예산안 조정 권한을 부여해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
셋째, 학생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겠다. 또 학교별로 '학생 주도 자율 예산' 제도를 도입해 학생과 직접 연관된 학생회 운영이나 학교 축제 등에서는 학생회가 예산을 논의하고 집행하도록 하겠다.
-대전교육연구소장을 지내며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수렴해왔다.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나온 요구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들었던 목소리는 '학교가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실적 및 전시성 위주의 행정 업무와 잡무에 시달리며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육청 주도의 각종 시범·선도·연구학교 사업들이 교육관료나 승진을 희망하는 일부 교사에게만 유용할 뿐 대다수 교사에게는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고 예산을 낭비하는 비교육적 활동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학교폭력, 교권 침해,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급증하면서 학교가 교육적 기능을 상실하고 준사법기관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 엄벌주의적 대책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어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 중심의 근본적인 해결책과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학교 통폐합 논란이 크다. 진보 교육감 후보로서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학교 통폐합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일방적인 통폐합이 아닌, '작은 학교'를 혁신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소규모 학교를 '특성화'하고 '미래형 교육' 모델로 운영해 교육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해당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모범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겠다. 그래서 다른 학군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입학을 요청하는 학교로 만들어가겠다.
둘째, 소규모 학교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들겠다. '마을-학교 협력형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 학교와 마을을 연계하겠다.
셋째, 그래도 폐교가 이루어진다면 유휴 공간은 '미래 도시 학교'나 마을 배움터로 혁신해 지역사회 전체의 평생학습 허브로 만들겠다.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학력 격차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성적 중심 해법 외 제시할 방법이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드러난 학력 격차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나는 성적 중심의 해법을 넘어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기초학력 책임 보장'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 느린 학습자를 포함하여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진단하고, 학습전문상담사, 학습코칭지원단, 사제멘토링 등을 통해 1대 1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들겠다. 모든 학생에게 'AI 튜터'를 배정해 학습 데이터뿐만 아니라 정서 상태, 진로 희망까지 분석하고 '나만의 성장 목표'를 설정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도록 돕겠다. 단순한 성적 향상을 넘어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교권 침해와 관련해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많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문제는 우리 교육 공동체 전체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교사가 존중받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교권보호조례'를 제정하여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해 교육청이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한다.
둘째, 교육청 직속으로 갈등 중재 전문가를 배치하고,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학교 현장 갈등을 초기에 중재하고 법률 및 행정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이를 통해 학교가 법적 분쟁이 아닌 관계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도록 해야한다.
셋째, '교사-학부모 간 소통 플랫폼'을 교육행정시스템과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교육 공동체 간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대전 교육에서 가장 시급한 혁신 과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대전 교육의 가장 시급한 혁신 과제는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행정 시스템을 타파하고 교육청을 '학교 지원 중심' 기관으로 완전히 재편하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대전 교육은 전시성·실적 위주 행정으로 교사들을 잡무에 시달리게 하고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학교 신설 민원을 야기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6년 연속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대전 교육의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만일 교육감이 된다면 모든 보여주기식 사업과 불필요한 행사를 폐지하고, 교사들의 잡무를 완전히 없애 오직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학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해 투명하고 청렴한 교육행정을 실현하겠다.
-마지막으로 대전시민들께 한 말씀.
32년간 교사로, 그리고 교육운동가로 오직 대전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한 길을 걸어왔다. 네 번의 해직이라는 고난 속에서 나는 도리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게 됐다.
이제 대전 교육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권위와 실적 중심의 낡은 교육을 끝내고, 학생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미래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나는 학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청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이 아닌, 학교와 교사를 섬기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
대전 교육을 전국에서 가장 청렴하고, 가장 민주적이며, 가장 혁신적인 교육의 모델로 만들고 싶다. 아이들이 기쁘게 배우고, 선생님들이 즐겁게 가르치는 '희망의 학교'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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