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서천=노경완 기자] 충남 서천군 장항읍이 지난 7일 새벽 시간당 140m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로 또다시 물에 잠겼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발생한 침수 피해에 주민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155억 원이 투입된 지하 우수저류시설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됐다.
장항읍은 농경지와 바다로 둘러싸인 저지대로 폭우 시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서천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55억 원을 들여 지하에 1만 7000㎥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주요 도로와 주택가, 상가, 농경지까지 물에 잠기면서 "대형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더라", "사전에 준설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천군은 "강우 직후 살수차를 동원해 물 흐름을 파악했고 준설차를 투입해 시설 점검과 정비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의혹인 펌프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은 불가능했다.
서천군은 이번 침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서천군 관계자는 "시간당 140mm에 달하는 폭우는 예측이 어려운 수준이었고 결과적으로 시설 용량을 초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침수에 대해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현장 인근 한 상인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해놓고도 또 물에 잠기면 불안해서 어떻게 생활을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태는 시설 설계나 기후뿐 아니라 관리 체계와 인력 운영의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냈다. 현재 서천군 전체 13개 읍·면을 담당하는 현장 관리 인원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서천군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모든 현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전문 인력 확충, 구역별 담당제 도입 등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부서는 일선에서 고생만 하고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해 기피부서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천군은 충남도 및 중앙정부에 재정·인력 지원을 요청 중이다. 향후 수로 확장과 시설 개선 등 구조적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만 탓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민은 "폭우는 올해만 있었던 게 아닌데 관리와 대응이 미흡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 속에 대형 방재시설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시설 용량뿐 아니라 대응 체계 전반에 걸친 행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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