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8] 빛·미디어 도시경관 구축해야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09.04 08:00 / 수정: 2025.09.04 08:00
선한 빛·좋은 빛, 거주 안전성·환경 개선에 기여
미디어 파사드·아나모픽 등 빛 관리 기준 필요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공모사업’ 최종 사업지로 선정된 인천의 송도센트럴파크 야경이 도시 경관을 밝히고 있다. /인천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공모사업’ 최종 사업지로 선정된 인천의 송도센트럴파크 야경이 도시 경관을 밝히고 있다. /인천시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도시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빛 공해로 시민건강과 환경이 위협받는다. 가로등, 건물 야간조명 등이 건강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빛 공해 방지 정책이 중요한 도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야간 경관은 도시의 매력을 살리는 요소이다. '선한 빛', '좋은 빛'이 거주 안전성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는 인식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좋은 빛 위원회'를 구성해 빛 공해 방지와 빛 환경 관리 계획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위원회는 공공장소와 건축물 조명계획을 심의하는 등 빛 공해를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조명으로 경쟁력 있는 야간 경관을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매년 공모하는 '서울특별시 좋은 빛 상'을 통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 사례를 발굴하고, 좋은 빛 형성에 기여한 시민과 전문가를 선정한다. 좋은 빛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여 지속가능한 도시 빛 정책을 추진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대구시는 빛 공해 방지 계획을 수립해 인공조명 자체의 밝기 조절 관리에서 벗어나 빛 공해 체감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고 있다. 좋은 빛 조성 시범 사업으로는 금호강 진출입 권역 야경의 '아름다운 대구로 안내하는 역동적인 빛의 관문'이 대표적이다. 금호강 진입 수변과 매천대교에 경관 조명을 설치해 어두운 지역을 밝혔다. 경부고속도로 진출입부의 경관을 개선함으로써 도시의 이미지를 밝고 쾌적하게 만들었다. 대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인 첫 인상을 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안전하고 즐거운 야경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광주시는 남구 사직공원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빛의 숲'을 설치해 미디어아트와 조명, 음악이 어우러진 공원 내 야경 명소 산책로를 조성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빛 공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높였다.

세종시는 아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인근의 광장과 두루뜰 공원을 연결하는 공간에 ‘빛 특화경관 조성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특정 시간에는 바닥에 다양한 패턴을 비추는 공간으로 꾸미고, 안전한 산책로와 휴게공간을 제공했다.

인천시는 '빛이 아름다운 국제도시 인천 만들기' 사업으로 인천 지역 10대 야간 명소를 선정하고, '야간경관 구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인천은 2022년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됐으며, 송도와 개항장을 중심으로 수려한 야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는 조형적인 건축물 경관 조명 시설을 구축해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밝혔다. 인천대교와 경인 아라뱃길 교량 등에도 아름다운 야경 경관이 운영되고 있다.

2021년 12월 프랑스 리옹 빛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리옹시청과 현대아트뮤지엄 건물 외벽을 수놓은 미디어 파사드를 즐기고 있다. /리옹 관광청
2021년 12월 프랑스 리옹 빛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리옹시청과 현대아트뮤지엄 건물 외벽을 수놓은 미디어 파사드를 즐기고 있다. /리옹 관광청

이와 같이 인천은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재 등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도시 구성 요소들이 많다. 인천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경관 조명 사업에 좋은 빛 환경을 접목해야 한다.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조명 디자인을 적용해 역사적인 장소의 야경을 연출하고, 조명 색상도 인천의 상징 색상을 활용하면 도시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다. 또 특정 건축물이나 장소에 맞는 색 온도의 설정과 계절별로 변화하는 조명을 구현하게 되면 야경 투어 프로그램 등 인천 문화유산을 알리는 관광 활성화로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천의 도시공간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권역별 빛 환경 계획을 제시해 본다.

인천의 생활문화권역은 거주성을 높이는 '안전하고 따뜻한 빛'으로 생활문화 공간에 적합한 부드러운 색 온도의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시민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거주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녹지공간공원권역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친환경적인 조명 디자인을 테마로 '녹지 도심 속 활기찬 빛'으로 설정해 공원 내 산책로와 운동시설에 녹지공간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안전, 건강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근대문화권역은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경탄의 빛'으로 조성하고, 공항진출입권역은 '다시 찾고 싶은 인천과 세계를 연결하는 환영 이미지 빛의 관문'이 돼야 한다. 역사적 건축물과 주요 교통 거점에 적절한 경관 조명을 설치해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고,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경로에 대한 조명을 개선하게 되면 방문객들에게 쾌적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창조문화예술권역은 예술적 요소를 강조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예술 감성의 빛'으로 테마를 설정하여 예술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빛 환경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문화 행사와 연계하여 야경 속에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인천의 문화적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빛 축제를 열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는 빛 관련 워크숍과 빛 공해와 좋은 빛 환경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빛 조형물이나 설치미술을 공공장소에 전시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빛 축제'를 기대한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야간 도시 빛 환경이 구축되고 있고, 특히 서울시는 별도 '빛·미디어' 관련 경관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빛 환경이 조성된 선진국에서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아나모픽(Anamorphic) 등에 대한 관리 기준이 수립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서울시만 관련 규정이 있다. 인천도 도시의 빛 미디어 환경의 경쟁력 구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경관 가이드라인을 콘텐츠 등과 함께 구체화시켜야 한다. 인천형 빛 미디어 환경 계획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때다.

글=김국선 도시공간문화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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