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청양=김형중 기자] 충남 청양군이 추진 중인 ‘빈집이음주택’ 사업은 단순한 임대 정책을 넘어 농촌 재생과 인구 소멸 대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군이 방치된 빈집을 직접 정비해 청년과 신혼부부, 귀농귀촌인에게 월 1만 원에 재임대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만 원으로 꿈꾸는 집"이다.
올해 공급되는 4호의 빈집이음주택은 화성·청남·운곡·남양면에 위치하며 보증금 없이 1년 단위 갱신 계약이 가능하다. 단순 임대가 아니라 농촌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실험적 모델이다.
유럽의 ‘1유로 집’ 정책과 비교하면 청양군의 접근은 훨씬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등에서 방치 주택을 1유로에 팔고 수리를 조건으로 삼는 것과 달리, 청양군은 매입 대신 재임대 방식을 취해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임대 기간과 갱신 가능성을 보장함으로써 청년과 신혼부부가 마음 놓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단순히 건물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생활 기반과 공동체 회복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유럽 사례보다 한층 포괄적이다.
작은 빈집 하나가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면서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발상은, 농촌 정책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월 1만 원 임대라는 파격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장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일자리, 교육 환경, 생활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책이 단발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과 행정이 함께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청양군의 시도는 작은 실험이지만 그 의미는 크다. 유럽에서 배운 아이디어를 한국형 모델로 변용해 인구 소멸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농촌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선도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빈집이 단순한 방치물이 아니라, 꿈과 삶을 잇는 공간으로 변신할 때 농촌은 다시 사람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다.
청양군의 ‘만원 임대주택’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시도다. 그리고 이 작은 혁신은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맞선 농촌 재생의 희망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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