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안양=김동선 기자]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1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마실들깨수제비 앞에 있는 공유냉장고(5호점)가 시원한 두유로 채워졌다. 인근 주민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두유 5박스(120개)를 사서는 이웃을 위해 공유냉장고에 기부한 것이다.
박달1동 안민교회 앞 공유냉장고(1호점)에는 ‘꽃집천사’가 나타난다. 그는 매주 공유냉장고에 음식을 기부하는데, 꽃집을 운영해 마을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매번 짜장 소스를 만들어서 공유냉장고에 기부하는 ‘짜장천사’도 있다. 또한 인근 상인들이 정기적인 기부로 공유냉장고 곳간은 화수분마냥 항상 따뜻하게 채워져 있다.
이처럼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은 그 음식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안양시 ‘공유냉장고’가 지역사회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 2024년 3월 1호점 열어…현재 7호점까지 확대
안양시 공유냉장고는 비영리민간단체인 안양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먹거리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음식물쓰레기 감축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 2024년 3월 만안구 박달1동 안민교회 앞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7호점(호현동 ‘박가네 수제비’ 앞)까지 확대 운영되고 있다.
인덕원동 사회적협동조합 인덕원마을 터 앞 2호점, 안양1동 남부시장 인근 유쾌한공동체 앞 3호점, 석수2동 크린토피아 석수대림점 앞 4호점과 팔복교회 앞 6호점도 주민들의 나눔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2호점은 안양군포의왕과천 공동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인근 학교급식 예비식을 기부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 소비기한 지난 식품·주류·약품류 등 공유 안 돼…안전한 나눔 실천
공유냉장고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된다. 기부자가 음식을 넣으면 관리자가 꼼꼼하게 검수한 뒤 냉장고에 비치하며, 필요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더 많은 이웃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1인당 1개까지만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공유 가능한 품목은 채소, 과일, 반찬류, 가공식품(통조림·음료수·반조리 식품 등), 빵·떡류 등이며, 안전을 위해 △소비기한이 지난 음식 △주류·약품·건강보조식품 △불량식품 △장기보관 식품은 공유할 수 없다.
각 냉장고의 관리자는 식품 검수와 함께 제조일을 표기하도록 한다. 또 냉장고 상태를 수시 점검해 소비기한이 지난 음식은 즉시 폐기하고, 매일 밤 10시 이후에 남아있는 음식을 폐기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지속협 사무국도 주 1~2회 현장 점검을 실시, 위생·운영 상태를 관리한다.

◇ 모두의 따뜻한 한 끼 마련…공동체 회복까지
공유냉장고는 끼니 해결이 어려운 독거노인, 갑작스러운 경제위기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 사회와의 단절 속에 있는 은둔 청년들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먹거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한다.
석수1동 4호점 경우, 음식을 기부하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봉사활동까지 이어가는 등 먹거리 나눔을 넘어 주민 간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공유냉장고가 먹거리 복지 사각지대 해소뿐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 지역 공동체 의식 회복까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운영과 확대를 위해 시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