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소하동 아파트 화재 대형 인명피해, 필로티 구조 원인 지목
  • 김동선 기자
  • 입력: 2025.08.14 19:08 / 수정: 2025.08.14 19:08
주차 차량에 불붙고 산소 유입으로 '아궁이 효과' 발생 피해 키워
입주민들 아파트로 돌아가기 어려워…'시민 모금' 그나마 위안
화재로 그을린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 전경./광명=김동선 기자
화재로 그을린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 전경./광명=김동선 기자

[더팩트|광명=김동선 기자] 경기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에서 지난 7월 17일 발생한 화재 사건은 6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인명피해로 큰 충격을 안겼지만, 피해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필로티 구조와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당일 오후 9시 10분쯤 이 아파트 1층(주차장)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총 46가구 134명 거주민 중 6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차량 25대가 전소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제반 시설이 파괴돼 모든 입주민이 광명시가 마련한 임시주택 등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사건 발생 28일 뒤인 14일 현재 3명이 병원에 입원(중환자실 1명, 일반병실 2명)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광명소방서 관계자가 소하동 아파트 사고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광명=김동선 기자
광명소방서 관계자가 소하동 아파트 사고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광명=김동선 기자

◇사고 원인과 문제점

14일 광명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화재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주요 원인은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구조적 한계와 스프링클러 미설치다.

먼저, 필로티 구조인 이 아파트 1층 중앙에 설치된 출입 통로가 불길에 감겨 주민들이 지상으로 탈출할 수 없었다. 화재 초기 주민 몇 명은 탈출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통로가 불길과 연기에 막히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층에 주차된 차량들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차량 내부 시트와 바퀴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길이 거세졌고, 사방이 트인 필로티 구조상 산소가 원활하게 유입되면서, 사실상 1층 주차장에서 아궁이 효과가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7일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불이 번지고 있다./광명소방서
지난 7월 17일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불이 번지고 있다./광명소방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대형 화재로 번진 주요 원인이다. 발화 지점인 1층 천장 공간에서 처음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분사되는 물이 화재를 지연시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10층짜리인 이 아파트는 6층 이상 공동주택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소방법이 개정(2018년)되기 전인 2014년 준공됐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 10여 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5층 이하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 공동주택이나 상가주택의 경우 대부분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필로티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 주택 또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다.

화재 발화지점 감식 모습./광명소방서
화재 발화지점 감식 모습./광명소방서

게다가 2018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거나 준공된 소형 공동주택들 역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필로티 구조 문제를 해결하거나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할 수 없어 이들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다량의 인명피해가 불 보듯 하다.

광명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사업 구역 소형 공동주택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국 대상 건축물을 놓고 보면 사실상 손을 대기 어려운 여건이다.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절실해지는 이유다.

경찰이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광명=김동선 기자
경찰이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광명=김동선 기자

◇아파트 및 입주민 상황

지난 13일 해당 아파트 내부에서는 경찰이 피해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다. 소방법상 건축물 구조와 각종 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경계선에 펜스를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막은 아파트 외벽은 검게 그을려 있으며, 주차장에는 불탄 차량이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에 탄 채 방치된 차량 모습./광명=김동선 기자
불에 탄 채 방치된 차량 모습./광명=김동선 기자

입주민들은 광명시 안전주택 7세대 27명, 지정숙박 19세대 44명, 미지정숙박 9세대 29명 및 기타 11세대 34명 등 분산 생활하고 있지만 아파트로 돌아갈 기약은 없는 상태다. 전기, 수도, 환풍 등 모든 설비 장치가 화재로 녹아버렸으며, 구조물 안전도 역시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명시는 지난 12일까지 시민들로부터 1억 521여만 원의 피해복구 기금을 모금했으며, 시청 공직자 886명은 자발적으로 지원금 1280만 원을 모금했다. 모금 활동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광명시는 시민생활안전보험과 화재 피해주민 지원 조례에 따른 화재피해지원금 등 지원에 나섰으며, 재해구호기금으로 숙식비와 심리회복, 장례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오른쪽)이 화재 현장에서 광명소방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광명시
박승원 광명시장(오른쪽)이 화재 현장에서 광명소방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광명시

박승원 광명시장은 화재 발생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담 TF팀을 구성해 종합적으로 대응하라 지시하고, 이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지원하라"고 말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화재 대처 요령

이창용 광명소방서 화재조사관은 이번 화재에서 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로 대피 요령 부족을 지목했다.

이 조사관은 "아파트 화재 발생 시 무리하게 대피하려다 화기(불)를 들이마셔 기도화상을 입은 분들이 많았다"며 "현관문과 외부 창문을 확실히 닫아야 불길과 연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하고, 집 안에 머물면서 소방관의 구조를 기다리는 게 안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에서 머문 가구에서는 피해가 적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연기 유입이 없다면 실내에서 머물면서 119 전화해 '나 몇 호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구조대가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면 혹시 오작동이라고 의심되더라도 일단 대피해야 한다"며 "다행히 오작동이더라도 대피 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응해야 실제 상황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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