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자치분권을 선도하고 있다. 자치분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배분, 주민이 직접 정책 집행과 결정에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역의회가 입법권을 활용해 제·개정하는 조례는 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더팩트>는 경기도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우수조례를 발의, 자치분권을 선도한 도의원들을 만나 그 성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의식주는 기본권이다. 그중에서도 식(食), 이 음식과 관련한 영양 관리는 경기도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임산부, 영유아, 어르신 등에는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양기본권' 보장을 위한 경기도의 의무와 책임을 아우르는 자치법규가 없었다.
40대 초반의 청년 정치인 고준호 경기도의원(국민의힘·파주1)이 지난해 '경기도 영양관리 기본 조례'를 발의한 이유다.
조례는 도민의 균형 잡힌 식생활과 건강 개선을 위한 영양 관리 정책을 수립하도록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영양 관리 사업을 실시·지원할 수 있는 대상과 시설, 사업 등을 담았다. 도민의 건강 상태, 영양 및 식생활에 관한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도 있다.
고 의원은 최근 <더팩트>와 만나 "체계적인 영양 정책을 수립·시행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조례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미등록 경로당 지원조례'도 개정하는 등 '생활밀착형' 입법 활동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힘들고 억울해하는 도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앞으로도 작은 민원 하나하나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에 매진, 늘 답을 드리고 마침표를 찍는 정치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치 입문 계기는?
유년기 시절인 1996년과 1998년 고향인 파주에 대대적인 수해가 났다. 부모님이 화훼 농업을 하셔서 비닐하우스 내에 있던 우리 집도 물에 잠기고 생계가 무너졌다. 하지만 주거로 인정받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때가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탁상 행정에 대한 불합리성을 느꼈고 나도 한번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을 좀 바꿔봤으면 좋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도의원은 초선이지만, 낙선 경험도 많은 것 같다
경기도의원 가운데 아마도 낙선의 경험이 제일 많은 초선이 아닌가 싶다. 첫 선거가 32살 때인 2014년도였고, 2020년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당선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제게는 기초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 등등 자리가 중요하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과 역량 가운데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국회의원이 못하는 것들 도의원이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지난 3년 의정활동은 어땠나?
정말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의 캐치프레이즈는 '이웃의 삶에 힘이 되는 정치'다. 지방의원은 예산, 재정에 대한 심의권을 갖고 있어 그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똑바로 딴생각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철저히 감시한다면 정치인들은 억울한 일을 잘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정치인이 열심히 학습하고, 또 다양한 의정 경험 등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 3년 간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해 가장 쓴 소리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대선의 꿈을 안고 도지사를 시작했다고 본다. 도정과 도민을 저버린데 대한 정당한 지적이었다. 정부가 반대하는 정책을 경기도가 굳이 하겠다고 해서 재정을 낭비한 게 너무나도 많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행정과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명확하게 아시는 분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경기도가 손해 본 일이 많았다.
-초선임에도 입법 성과도 많았던 것 같다. '경기도 영양관리 기본조례' 발의 배경과 목적은?
우리 삶의 축은 의식주다. 그중에서 저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 대해서는 균형 있는 영양 관리를 도와줘야 한다. 이런 분들을 위해 경기도가 체계적인 영양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끔 제정을 한 것이다. 조례 시행으로 영유아 노인, 노숙인 그리고 임산부 등 영양 취약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
유치원과 의료원, 복지시설 등 집단시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도민이 제대로 먹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인 조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른바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라 불리는 '경기도 경로당 운영 및 활성화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도 개정했는데
어르신들은 그냥 주소지 인근 자그마한 공간에 모여 늘 그렇게 여생을 즐기고 계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 행정의 관행과 편의주의 때문에 면적, 인원, 화장실 유무 등을 기준으로 경로당에 대해서도 등록 제도를 도입해 놓고 그곳에만 냉난방비, 양곡비 등을 지원했다.
반면 시설이 허름하거나 몇 분 안 계신 경로당은 배제했다. 적어도 정치가 나서서 이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 지원 근거를 만든 것이다.
-영양 관리, 경로당 등 '생활밀착형' 입법이 유독 눈에 띈다
낙선을 많이 하니까 비로소 깨달은 게 있더라. 무대에 먼저 올라가지 않고 관중들 뒤에서 관중들의 움직임, 불편함 등을 보니까 정말 잘 보였다.
부끄럽지만, 뼈를 깎는 마음으로 내가 만약에 저 무대 위에 올라간다면,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생각해 온 성과다.
-내년 지방선거 목표가 있다면
임기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성과를 토대로 도의원 재선에 도전,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광역의회에서 다시 활동하고 싶다.
제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는 더 높은 선출직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예산은 경기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정활동을 통해) 제가 알았다.
'재정의 전쟁터'라는 이곳 경기도에서 아직 목마른 파주를 위해 도비를 더 많이 가져오고 싶다. 그래서 파주 시민들이 조금 더 풍족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0년, 20년 뒤 정치인 고준호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낙선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절망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가늘고 길게 가는 정치인보다는 짧고 굵더라도 파주에는 고준호라는 정치인이 있었다는 족적을 남기기 위해 그냥 매 순간 열심히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파주시민과 경기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파주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모두 다 살펴보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작은 민원 하나하나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늘 답을 드리고 마침표를 찍는 정치인이 되도록 하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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