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뉴딜과제이자 2050 탄소중립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사업 중 하나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한 만큼 우리 사회 또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그린스마트스쿨은 미래를 움직일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과 더불어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통한 자기 역량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팩트>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대전시교육청의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학교로 최근 학생이 주인이 되는 공간인 미래관을 조성한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대전여상)가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공간 재구조화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관’이라는 새로운 교육 공간을 선보이며 학생 중심 미래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미래관’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학교의 교육 철학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아낸 공간 혁신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이 곧 학습의 장이 되고, 일상의 경험이 곧 진로 역량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학교 안에서의 하루 하루를 미래를 향한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대전여상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준다.

◇ 학교 공간이 교육을 바꾼다
대전여상은 1948년 개교 이래 대전 지역 상업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왔으나, 주요 교사동인 3학년 동(1964년 준공)과 본관(1981년 준공) 등은 노후화가 심각해 교육활동에 제약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진로교육 중심의 공간 혁신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스마트 환경 △지속가능한 생태학교 구현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전교 구성원과 함께 미래학교 모델을 설계해왔다.
특히 고교학점제, AI 기반 면접 프로그램, 실무중심 직무체험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공간이 연동된 구조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 의견 반영…민주적 추진 방식 '주목'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2022년 사전 기획을 시작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설계 협의 및 사용자 참여 설계가 완성됐으며 2024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 2025년 1월 31일 완공 및 운영 개시가 이루어졌다.
총 사업비는 약 52억 원 규모로, 리모델링 공사비뿐 아니라 스마트기기 및 교육기자재 도입, 내진 보강, 친환경 설비 구축 등을 포함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함께 참여한 TF팀 운영, 인사이트 투어, 교직원 및 학부모 연수, 사용자 설문조사와 워크숍 등 다층적 참여 구조를 통해 사용자의 의견이 설계에 반영되는 민주적 추진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 노후 시설 개선과 진로교육 혁신의 중심으로
1970년대에 건립된 본관 건물과 별관은 시설 노후와 공간의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에 따라 대전여상은 학습자 중심의 미래형 학습공간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학과별 전문 실습실, 융합형 공동 학습공간을 재구성했다.
특히 신설 예정인 BI데이터학과를 비롯해 IT콘텐츠과, 스마트경영과의 특성을 반영해 교육과정과 학습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협업 활동을 수행하며, 실무 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워가고 있다.

◇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공간 설계
‘미래관’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1층은 학생의 ‘쉼과 회복’을, 2~3층은 ‘탐색과 도전’을, 4~5층은 ‘도약과 성취’를 상징하며 학생이 학년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꿈을 구체화하고,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하도록 설계되었다.
먼저 1층의 ‘오아시스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쉴 수 있는 학생 휴게 공간으로 여백이 있는 디자인과 따뜻한 색감의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또한 1층의 ‘두드림센터’는 소그룹 토론, 동아리 활동, 발표회, 학부모 간담회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개방성과 다목적 활용을 강조했다.
‘라온실’과 ‘다온실’은 기업 회의실을 본뜬 공간으로, 학생들은 실제 비즈니스 미팅·프레젠테이션을 모의로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역량을 기른다.
두 회의실 바로 옆에는 ‘금융실습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창구와 동일한 동선·설비를 갖춘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고객 응대, 예금·대출 상담, 창구 업무 처리 등 금융 서비스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회의실에서 기획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금융실습실에서 실제 금융 거래로 이어 보는 연계 실습이 가능해 학생들은 회계·사무 지식은 물론 문제 해결 능력과 현장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 미래 진로 설계를 돕는 실전 중심 공간
2층에 위치한 미래취업지원센터와 AI면접실은 대전여상 미래관의 ‘진로 지원 허브’ 역할을 한다.
AI 면접실에서 면접연습을 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응답 내용과 표정, 어조 등을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은 실제 면접 상황을 가상으로 경험하고 개선하며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한편, 미래취업지원센터에서는 이력서 클리닉, 자기소개서 첨삭, 진로 상담 등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다양한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직무 설명회나 모의 채용 면접도 진행되며 학생들은 미래 설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 자율성과 협업을 키우는 홈베이스 구조
3층부터 5층까지 이어지는 홈베이스 공간은 학년별 특성과 발달 수준에 따라 각각 ‘꿈베이스’(3층), ‘도전베이스’(4층), ‘성취베이스’(5층)로 명명됐다.
홈베이스는 학생 개인의 학습뿐 아니라 팀 프로젝트, 토론 수업, 멘토링 활동 등 다양한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베이스캠프다.
‘꿈베이스’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흥미를 탐색하고,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도전베이스’는 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중간 단계로, 학생들 간 협업과 실험이 강조된다. 마지막으로 ‘성취베이스’는 결과물을 정리하고 발표하며 성취를 나누는 단계로 기능한다.
3학년 박지수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가 단순히 수업만 듣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꿈을 시도하고 성취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 공간을 넘어, 교육 문화를 바꾸다
이번 공간 재구조화는 단순히 시설을 개선한 것을 넘어, 교육방식과 문화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사들은 변화된 공간에서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학생들은 더욱 주도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
김기정 대전여상 교장은 "미래관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배움의 터"라며 "앞으로도 공간과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학교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여상은 이번 ‘미래관’ 조성을 계기로 미래 교육의 방향성과 학생 성장 중심 교육환경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으며 공간 혁신을 통해 학교문화 전반을 전환해 미래형 상업교육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대전여상, 학생이 주인이 되는 공간 미래관 개관' 기사는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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