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관광공사는 28일 기상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도내 여행지를 추천했다.
◇폐벽돌공장이 예술문화 공간으로 '은대리 문화벽돌공장'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문화벽돌공장은 1988년부터 실제 벽돌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10여 년간 운영되던 공장이 폐업 후 오래도록 방치됐다가 최근 예술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당시의 모습을 대변하듯 건물 옆에는 높은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내부 역시 옛 벽돌공장의 흔적을 곳곳에 남겨뒀다.
붉은벽돌 벽을 살려서 작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고, 바닥 일부에도 당시의 모습을 남겨두고 그 위에 강화 유리를 깔았다.
전시장 절반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고 나머지 절반은 벽돌 공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라키비움'이다.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시 '경계에서 피어난 예술-환영의 경계'에는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 프린팅, 조소, 미디어아트 등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뜻한다.
라키비움 중심에는 열차처럼 기다란 가마가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의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채 전시관의 중심 역할을 한다. 빛바랜 작업 노트와 서류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공장 노동자들의 푸른 작업복과 낡은 신발은 고단했던 삶의 무게를 대변하고 있다.
진흙이 벽돌이 되고, 벽돌이 집이 되고, 집이 누군가의 삶을 만들었던 순환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곳 '수원 일월수목원'
수원시 장안구 일월수목원은 깊은 숲속에 자리한 수목원이 아니다. 아파트와 대학교가 인접한 도심 한복판에 있다.
수목원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붉은 건물은 방문자센터다. 로비에 들어서면 전면 통유리를 통해 수목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야말로 뷰 맛집이다.
목가적인 풍경에, 비가 오는 날이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매우 낭만적이라 이때는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는다.
로비 한쪽에는 테라리움을 닮은 원형 식물 존이 있다. 천장의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곳이라 '햇빛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에는 다양한 고사릿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한켠에 커다란 고목 하나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수원 매산초등학교에 있던 네군도단풍 나무다. 수령이 100년에 가까웠던 나무는 긴 세월과 모진 비바람을 견디다 쓰러졌고 이후 몸통 일부를 이곳으로 옮겨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방문자센터를 나서면 본격적인 수목원이 시작된다.
초지원, 침엽수원, 습지원, 잔디마당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정원이 펼쳐지며 걷는 재미를 더한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전시온실이다. 다양한 열대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곳이다.
현재는 '모네 일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정원을 사랑한 화가 모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살펴보는 전시로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수목원 곳곳에는 물이 흐르고 숲과 나무 사이에는 파라솔과 의자들이 놓여 있어 유유자적 산책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숲 너머로 아파트가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세상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도심 속에 자리했지만 숲속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일월수목원이다.

◇기품 있는 전통 찻집 '성남 새소리 물소리'
성남시 오야동은 조선 시대부터 경주 이씨 집성촌이었다.
'새소리 물소리' 역시 당시부터 경주 이씨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터다. 지금의 건물은 1923년에 지은 전통 한옥으로 연못과 정원을 갖춘 정남향 가옥이다. 지난해 3월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출입문 우측에는 삼층석탑이, 좌측에는 석등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으며 촘촘한 대나무들이 담장을 대신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연못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연못 한쪽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중앙에는 석판으로 연결한 다리가 놓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바람에 실린 나뭇잎의 속삭임과 나무 위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새소리. 이곳의 이름이 왜 '새소리 물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다.
ㄱ자 모양의 한옥 내부로 들어서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옛 모습을 간직한 여러 개의 방에 낮은 테이블들을 두었고 소반, 주전자, 맷돌 등 다양한 전통 소품으로 꾸며 놓았다.
실내에도 작은 연못을 만들어놓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유리 창도 여러 개라 어느 테이블이든 안기만 하면 고풍스러운 정원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이 한옥의 창밖을 감상하며 '풍경을 빌려 온다'라는 의미로 말한 '차경'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안성 서일농원'
안성시 일죽면에 있는 서일농원은 소음 하나 없는 조용한 소도시의 끝자락에 있다.
농원에 들어서면 정면은 작은 언덕이고 좌우로는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산책로는 농원을 타원형으로 이어주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걷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걷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넓은 잔디 마당 주변에는 키 높은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기도 하고 양팔을 벌린 느티나무들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름이면 가장 빛나는 장소인 용연지도 있다. 둥근 연잎들이 수면을 메우고 연꽃이 하나둘 피어오른 단아한 정취가 이곳에서 피어난다.
서일농원의 또 다른 매력은 장독대다. 2000여 개 항아리가 줄지어 놓인 광경은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은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서분례 선생이 청국장, 된장, 간장 등 각종 발효식품을 직접 관리하는 공간이다.
행여 비가 오는 날이면 촉촉하게 젖어 든 장독대가 마치 한 편의 수묵화처럼 더욱 깊은 멋을 낸다. 그 모습에 발걸음이 잡히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농원 내의 식당에서는 느린 시간을 착실히 버틴 장독대의 장을 맛있는 요리로 맛볼 수 있다. 정성스럽게 키운 식자재와 서분례 선생이 빚은 청국장이 주재료다.
보글보글 끓여 낸 청국장은 매우 구수해 한여름의 보양식과도 같다.

◇정제된 건축물에서 맞이하는 힐링 '평택 트리비움'
평택시 진위면 트리비움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 낯설다.
논과 밭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시골 농가 옆을 통과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의아함이 불안함으로 바뀔 즈음 축대 위에 반듯하게 올라선 콘크리트 건물을 만나게 된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외관이 예사롭지 않은 건축물이다. '트리비움'은 라틴어로 '학문의 세 갈래 길'이라는 의미다. 철학적 공간을 꿈꾸는 트리비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은 직선과 면의 공간이다.
반듯한 직선이 교차하며 면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면은 풍경이 되기도 하고, 하늘이 되기도 한다.
정제된 건축물에는 고요함이 가득하다.
가끔 바람이 불어와 고요한 공간을 통과할 때면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바람마저도 트리비움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리비움 내의 어느 공간을 가든 통창이 있다. 통창 너머의 쏟아지는 햇살과 푸른 들녘을 바라보는 것도 트리비움에서 맞이하는 행복 중 하나다.
트리비움은 카페, 전시장, 명상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를 둘러보고 차를 마실 경우 '아트&스페이스'를 예약하면 된다.
'요가&명상', '아로마테라피'는 강습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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