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부름 옹벽' 간과한 오산시 공무원 눈앞서 '와르르'
  • 이승호, 유명식 기자
  • 입력: 2025.07.28 10:00 / 수정: 2025.07.28 15:19
이상 징후에 '미조치'…2시간 뒤 20m 앞서 참변 목도
경찰 수사 착수…붕괴 목격한 공무원들 병원 '줄입원'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사고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사고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더팩트ㅣ오산=유명식·이승호 기자] "옹벽 배면(뒷면)이 그렇게 많이 불러오지 않았다."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유가족에게 옹벽 위험 징후를 축소하듯 이렇게 말했던 오산시청 공무원이 사고 당일 옹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불과 20여m 앞에서 본 목격자였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고가도로 옹벽의 위험 징후를 확인하고도 차량 통제 없이 방치했다가 2시간여 만에 40대 운전자의 참변을 코앞에서 지켜본 것이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시청 담당 부서 팀장은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쯤 직원 한 명과 함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 2시간여 전으로, 고가도로 위쪽의 포트홀과 아래쪽 옹벽 배부름(Bulging)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고는 오후 7시 4분쯤 발생했다.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찰은 포트홀에 따른 사고 우려로 차량의 고가도로 진입을 막고 있었다.

해당 팀장은 직원과 함께 통제하지 않은 고가도로 아래쪽으로 내려가 옹벽 상태도 점검했다. 전날 국민신문고로 '옹벽 배부름'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옹벽 상태를 확인하고는 당일 오후 5시쯤 안전진단업체 관계자를 호출했다.

그리고는 사고 현장 건너편 산업단지 앞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2시간여를 대기했다. 그러면서도 옹벽 옆 도로의 차량 통행은 그대로 뒀다.

도로법 제76조는 도로 파손, 지진·홍수·폭설·태풍 등의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재해가 발생했거나 우려가 있을 때 도로관리청(오산시청)이 통행을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막지 않았다.

이런 사이 오산시청 부시장과 담당 과장이 이날 오후 7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담당 팀장에게서 어떤 보고를 받았길래 부시장과 과장은 고가도로 위쪽 포트홀 현장이 아니라 옹벽 배면부터 살피러 갔다.

팀장이 가장 앞서고, 과장, 부시장 순으로 걷던 찰나, 이날 오후 7시 4분쯤 '쿠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옹벽이 무너지면서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를 덮쳤다. 매몰된 운전자 A 씨는 결국 숨졌다.

부시장 일행과 불과 20여 m 떨어진 지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참변을 코 앞에서 목격한 부시장과 과장, 팀장은 119 등에 신고했고, 그제야 경찰과 함께 차량을 통제했다.

담당 팀장은 사고 다음 날인 17일 오후 숨진 운전자 유가족과의 통화에서 "저희가 봤을 때는 배면(뒷면)이 그렇게 많이 불러오지 않는다고 느꼈다. (차량) 통제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 통화 과정을 촬영해 놨다.

옹벽 붕괴 사고 뒤 팀장은 21일, 과장은 23일, 부시장은 24일 사고 목격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병원에 차례로 입원했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팀은 22일 오산시청과 시공사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유가족은 "옹벽 배부름 민원 신고가 사전에 있었고, 공무원이 현장 확인 뒤 안전진단업체를 불렀다는 것은 이상 징후를 인지했다는 뜻인데, 그러고도 차량을 통제하지 않아 동생이 희생됐다"며 "퇴근해 딸과 먹기로 했던 마라탕이 왜 동생 빈소 제단에 올라야 하느냐"고 눈물을 쏟았다.

오산시 부시장은 "호우 특보에 현장을 둘러보려고 갔다. 차에서 내려 몇 발 내딛는 순간 '쿠르릉' 묵직한 굉음과 함께 옹벽이 무너졌다"며 "옹벽 상태나 보고 내용 등은 경찰 수사 중이어서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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