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고양=양규원 기자] 부산과 광주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의 색상을 지급 금액에 따라 다르게 제작하는 등 행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인권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처"라고 비판한 가운데 경기도 내 일부 지자체들도 지급 금액이 표시된 선불카드를 발급, '인권감수성이 낙제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7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경기 의정부시를 비롯해 고양시, 용인시, 포천시, 양주시, 시흥시, 의왕시, 안양시, 과천시 등은 전체 인구의 20~30%가량 시민들이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그만큼 선불카드 수량을 준비해 오프라인 신청 시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선불카드의 경우 색깔과 모양은 동일했지만 오른쪽 상단에 15만 원, 30만 원, 40만 원 등 금액이 표기돼 선불카드로 결제를 할 경우 소지자들의 경제적 수준을 짐작케 할 수 있게 제작돼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각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별도 스티커를 제작, 선불카드 금액이 적힌 부분에 부착한 뒤 배부하고 있거나 오는 28일부터 배부할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는 급한 대로 굵은 '마커' 등으로 금액 부분을 지워서 배부하기도 했다.
반면 과천시 경우 금액별 선불카드가 아닌 금액에 맞게 15만 원권 선불카드를 지급했다. 30만 원을 받을 경우 15만 원권 선불카드 2장을, 40만 원을 받을 경우 15만 원권 2장을 지급하고 10만 원은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난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 첫 날부터 신청자들이 각 행정복지센터에 장사진을 이뤘던 것을 감안하면 지자체별로 이미 수 천장에서 많게는 1만 장 이상 배부된 상태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해당 카드는 시금고인 농협에서 제작해 지자체에 전달한 것이다. 지역화폐 카드를 새로 발급할 경우 2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반면 마그네틱 방식의 선불카드는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기 떄문에 해당 지자체들은 농협에 제작을 전적으로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들은 선불카드를 생산하기 전 카드 디자인 도안도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무딘 인권감수성은 물론 '행정난맥상'까지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시민 A 씨는 "처음 받을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30만 원이라고 적혀 있어 물건을 구입한 뒤 계산할 때 살짝 가리고 건넸다"면서 "관심있게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막상 사용하는 사람은 마음 한편에 불안함과 창피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용하게 될 시민들의 입장을 사실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다"면서 "당시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제대로 시안도 확인할 여유가 없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28일부터는 별도 스티커를 금액부분에 부착해 시민들에게 배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선불카드 제작 전 농협 시지부와 시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부 표준안이라는 얘기를 듣고 당연한 것으로 알고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비쿠폰 접수 시작 후 일부에서 금액이 적힌 문제가 제기돼 서둘러 스티커를 제작, 24일부터 금액을 가린 채 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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