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위치한 본사 일부 부서를 옛 경주대 부지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반대급부로 제시한 '축구단 훈련센터 이전' 카드가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부추키고 있다.
한수원 측의 '축구단 훈련센터 이전' 발언은 지난 21일 문무대왕면 복지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수원 수출사업본부 근무지 이전 공청회'에서 나왔다.
이 공청회엔 한수원의 밀실행정을 질타하는 주민 200여 명으로 가득했다. 이런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전대욱 한수원 부사장이 "주민들이 이전에 동의한다면 축구단 훈련장을 문무대왕면에 건립하겠다"고 발언했고, 이에 주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애초 '축구단 훈련센터'는 한수원이 약 10년 전 방폐장 유치 조건으로 건천읍에 건립하겠다고 경주시민들에게 공약한 사업이었다.
지난 2015년 조석 당시 한수원 사장은 "건천읍 천포리 6만㎡에 축구장 3면과 연면적 9500㎡ 규모의 훈련시설을 2019년까지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듬해에는 조 사장과 최양식 당시 경주시장이 만나 '센터 건립 업무 협약식'을 가진 후 대대적인 홍보활동도 벌였다.
하지만 이후 센터 건립이 지지부진 하자 지역 언론이 한수원을 강하게 질타했고, 4년 전에는 주낙영 현 시장이 신속한 건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10년째 이행하지 않은 이 약속을 공청회나 주민동의도 없이 이날 근무지 이전 공청회에서 문무대왕면으로 이전해주겠다는 식으로 선심성 발언을 하니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지역에서는 향후 건천읍과 문무대왕면 간의 지역 갈등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떡을 줬다 뺏는 한수원', '지역을 너무 얕잡아 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 등의 비난 여론도 이어진다.
또 경주시의회와 시 체육진흥과조차 '센터 이전'에 대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어, 한수원의 밀실행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A경주시의원은 "'건천읍 부지가 입지 조건이 안 맞아 화천리를 물색하다, 갑자기 문무대왕면으로 바뀌었다'고 뒤늦게 들었다"면서 "한수원의 일방적인 결정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주원전단체 B씨는 "한수원은 중장기 플랜의 지역 상생이 아니라 매번 땜방식 업무 추진으로 지역 갈등만 부추긴다"면서 "경주시민들은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임천택 장항2리 이장은 "한수원 본사가 우리 마을에 들어온 후 고통만 받고 있다"면서 "한수원이 본사와 방폐장 모두 가지고 지역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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