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시장과 함께하는 1박 2일’. 얼핏 보면 정감 있는 지역 방문 프로그램 같지만, 세종시에서 이 일정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지역과 행정의 실핏줄을 연결하는 정제된 행정 실천이다.
최민호 시장이 27~28일 연서면 봉암2리를 찾은 건 올해 두 번째 ‘1박 2일’이었다. 마을회관에서 숙박하고 주민들과 밤을 지새우며 소통하는 이 일정은 지난 2023년부터 벌써 16번째다.
이번 방문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민원 청취를 넘어선 ‘공감의 리더십’이다. 그는 먼저 월하천 재해예방사업 현장을 찾아 근로자와 주민의 안전을 챙겼다. 지역 개발과 치수 관리가 현장감 있게 이뤄져야 함을 확인한 셈이다. 이후 봉암2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30여 명과 나눈 대화는 전형적인 ‘간담회’의 틀을 넘어섰다.
주민들은 소방도로 확포장, 마을카페 운영 지원, 공중화장실 인근 CCTV 설치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건의했다. 최 시장은 이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로 관련 부서에 반영 지시"를 내렸다. 특히 마을카페 운영과 관련해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구조를 고민하는 모습은 ‘현장 행정’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흥미로운 대목은 시장 본인이 밝힌 ‘가장 기억에 남는 갈등 조정 사례’다. 연서면 세종국가산단 조성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 경험을 언급하며 "공익직불금, 재산세 감면, 법 개정안 발의까지 이끈 이유는 시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간 전국 대부분의 산단 추진 과정이 ‘민원’과 ‘반대’로 표류한 현실 속에서 세종시의 조정 사례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정치인의 현장 방문은 많지만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행정가는 드물다. 게다가 ‘이장 월급 받으면 자장면 쏜다’는 농담 속에서도 시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마을 어르신들의 불편엔 진지하게 응답했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퍼포먼스’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자리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1회성이 아닌 16회째 이어지고 있다는 지속성이다.
정치는 공감이고, 행정은 신뢰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 주민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시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발언이 실무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 세종시의 ‘1박 2일’ 마실 정치는 우리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소리 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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