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성주=정창구 기자] "이 교복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입어봤더라…"
경북 성주군 월항면 보암2리 마을회관 한쪽 구석. 어르신 한 분이 교복 윗단추를 꾹꾹 눌러 채우며 미소 짓는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단장을 마치고 마을회관으로 모인 어르신들. 이날만큼은 오롯이 '청춘'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마을회관 문이 열리자 교복과 분장 도구를 들고 바쁘게 오가는 손길들이 안을 채웠다. 성주군자원봉사센터와 월항면생활개선회, 벽화봉사단, 별빛라이온스 등 지역 봉사단체가 함께 한 이날 '청춘사진관'은 단순한 사진 촬영이 아니었다. 기억과 감정, 웃음과 눈물이 오가는 소중한 하루였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에게 하나하나 정성스레 분장을 해주고, 교복 단추를 맞춰주며 어린 시절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누군가는 "조금만 고개 들어주세요~ 예쁘게 찍어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카메라 앵글을 조정했고 또 다른 이는 어르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속삭였다.
"오늘은 모델이세요, 어르신."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선 어르신들은 낯설고도 반가운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복, 매일 입던 거였는데 말이야… 이렇게 다시 입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참석한 한 어르신의 눈가가 붉어진다. 잠시 잊고 지냈던 시절이, 사진 한 장을 통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마을회관은 순식간에 과거의 교정으로 변모했다. 웃음소리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오가며, 세월을 넘나드는 시간이 흘렀다. 사진 촬영을 마친 어르신들은 액자로 제작될 사진을 기대하며 하나같이 "오늘의 행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청춘'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보암2리의 어르신들. 그날 그곳에는 나이도, 세월도 잠시 멈춘 듯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어르신들 얼굴에는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는 수십 년 전 그 시절의 햇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보암2리 배욱현 이장은 "이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 귀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모든 봉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이 바로 우리 지역의 역사인 만큼 오늘 찍은 사진이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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