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재생 문화공간 맑은물상상누리, 그래피티로 더 ‘힙’해지다
  • 김동선 기자
  • 입력: 2025.06.20 16:20 / 수정: 2025.06.20 16:20
스페인 출신 그래피티 아티스트 무사71·본즈 협업
전시·그래피티 체험 워크숍 등 시민참여 콘텐츠도 풍성
맑은물상상누리 놀이통 그래피티./시흥시
맑은물상상누리 놀이통 그래피티./시흥시

[더팩트|시흥=김동선 기자] 경기 시흥시 맑은물상상누리의 대형 가스통이 그래피티 작품으로 변신했다. 스페인 유명 그래피티 작가 2명이 맑은물상상누리 놀이통 외벽을 캔버스 삼아 개성 가득한 대형 그래피티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맑은물상상누리는 사용하지 않는 하수처리시설을 재생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그래피티 작업이 진행된 놀이통은 가스저장소로 활용하던 공간이다.

외벽에는 방현우 작가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 배치돼 있는데, 수년이 지나며 녹이 곳곳에 슬었다. 이런 질감 위에 그래피티 벽화가 추가되면서 높이 17m, 지름 15m에 이르는 대형 가스통의 외벽 자체로 거대하고 빈티지한 미술관이 됐다.

◇그래피티, 시흥과 스페인을 잇다

놀이통 그래피티 작업 중인 무사71./시흥시
놀이통 그래피티 작업 중인 무사71./시흥시

오랜 시간 뒷골목 낙서, 혹은 도시문제로 치부됐던 그래피티는 이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깊숙이 침투하며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베를린 장벽 1.3km 구간에 걸쳐 21개국 작가 118명이 그린 벽화 105점을 볼 수 있는 거리의 미술관이다.

지난달 23일, 스페인 최초 여성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유럽 그래피티씬의 거장인 무사71과 패션·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감각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해리 본즈가 시흥시 맑은물상상누리를 찾았다. 이들은 2023년 내한해 인천아트페어(전시·퍼포먼스)와 경기도박물관(전시)에서 작품으로 국내 관람객과 만난 낯익은 이름들이다.

두 작가와 시흥시의 만남은 한국과 스페인에 기반해 활동하는 문화예술기획사 꼰미고꼰띠고(conmigocontigo)가 주최한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통해 성사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래피티를 필두로 한 벽화 제작, 작품 전시, 체험 워크숍 등을 통해 시흥시와 시민들의 문화 저변과 향유의 폭을 넓히고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맑은물상상누리 현장을 살피다 놀이통를 마주친 작가들은 그 규모와 역사·환경적 의미에 큰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스페인과 한국의 문화적 특징, 맑은물상상누리 공간의 서사,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잇는 예술의 포용력을 담은 그래피티 벽화를 구상했다.

◇그래피티, 노을의 색채로 시흥을 물들이다

맑은물상상누리 비포어에서 진행 중인 한복그래피티./시흥시
맑은물상상누리 비포어에서 진행 중인 한복그래피티./시흥시

놀이통 외벽의 그래피티 벽화 제작은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열흘간 진행됐다. 두 작가가 각자의 개성을 살려 합동작업을 진행했다.

작가들은 오염물질 발효가스를 보관하던 놀이통에 새로운 문화예술적 스펙트럼을 더했다. 시흥의 대표 식물인 연꽃과 연잎을 만화적 필치로 재치 있게 표현했고, 배경에는 작가들이 시화호, 거북섬, 오이도 일대를 여행하며 마주한 아름다운 노을로부터 영감을 받은 색상들을 펼쳐냈다.

여기에 그래피티 방식으로 그려낸 맑은물상상누리 영문 이니셜과 작가들의 사인까지 더해져 도시와 공간의 이야기와 그래피티의 장르적 특성, 작가들의 개성이 한데 어우러진 명품 벽화가 탄생했다.

또한, 두 작가는 꼰미고꼰띠고와 협업해 한복과 하회탈, 부채 등 우리 전통 복식과 소품에 그래피티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 더해 작가들이 세계 각지에서 완성한 그래피티 작품 사진과 원화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전시는 놀이통 옆 또 다른 재생공간 비포어에서 오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매력적인 그래피티 작품들을 건축적 매력이 충만한 재생공간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피티, 시민 일상으로 다가가다

작업 구상 중인 김여미마 대표와 무사71, 해리 본즈 작가./시흥시
작업 구상 중인 김여미마 대표와 무사71, 해리 본즈 작가./시흥시

"많은 예술가들에게 실험적 창작의 무대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기획자 김여미마 꼰미고꼰띠고 대표는 맑은물상상누리에 방문한 순간 공간이 가진 특별함에 매료됐다. 과거의 산업시설이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곳으로 변모했다는 점이 특별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 무사71과 해리 본즈 역시 작업 전 맑은물상상누리에 대해 미리 조사해봤다며 "작품 창작 과정 자체가 공간의 재해석이라는 프로젝트의 흐름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연꽃과 서해안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같은 시흥의 고유한 특징을 담아냈다. 특히 건물에 묻어난 시간의 흔적들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들이 중점적으로 의도한 바다.

놀이통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해리 본즈와 무사71./시흥시
놀이통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해리 본즈와 무사71./시흥시

오는 21일 오후 2시에는 그래피티 체험 워크숍도 개최된다. 무사71과 본즈에게서 그래피티를 배울 수 있다. 8세 이상 선착순 20명 한정이다. 접수 후 작업하기 편한 복장으로 맑은물상상누리에 방문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준비된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에코백에 스프레이로 나만의 작품을 그리며 맑은물상상누리가 가진 재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제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워크숍이 기대가 된다. 그래피티의 매력을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싶고 우리에게는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은 맑은물상상누리와의 후속 작업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 축제·행사·전시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무사71은 이번 프로젝트 이후 마드리드로 돌아가 그래피티 전시 큐레이션을 맡는다. 9월에는 해리본즈와 함께 미국 피츠버그 시립대학교 벽화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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