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건양대병원은 소아외과 연희진 교수가 최근 장난감 자석 33개를 삼킨 23개월 남아의 응급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신속한 진단과 수술로 아이는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며 곧 퇴원할 예정이다.
아이가 다소 켁켁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자석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본 보호자는 자석을 삼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복부 X-ray와 CT 검사를 시행했고 소장 내 여러 개의 자석이 엉켜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자석들이 장기 내부에서 서로 들러붙으면서 장기 사이에 구멍(장 누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긴급 수술을 통해 자석을 제거하고 손상 부위를 치료했다.
연 교수는 "여러 개의 자석을 삼킨 경우 자석이 장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압박하거나 장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강하게 붙으면서 그 사이에 끼인 장이 손상되는 일이 많다"며 "이로 인해 장 천공이나 장과 장이 연결되는 누공이 발생해 복통, 발열, 복막염 등의 증상이 생기고 대부분 수술이 필요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내원한 환아도 장 내에서 자석 여러 개가 서로 끌어당기며 소장을 심하게 손상시켰고 결국 장 누공이 발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은 누공이 생긴 소장을 절제하고 손상 부위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모든 과정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연 교수는 또 다른 위험 사례로 리튬 코인 건전지를 언급하며 "코인 건전지는 주로 식도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식도에 걸리면 건전지의 전류가 흐르면서 전기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기도와 식도 사이에 누공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대동맥과 식도 사이에 누공이 생겨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코인 건전지에 의한 합병증은 빠르게 진행되며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소아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2023년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에 따르면 2019~2023년 사이 연간 이물 삼킴·흡인 사고 건수는 매년 약 2000건에 달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사고의 82.2%가 1~6세 유아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완구'가 가장 큰 비중(46.3%)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교수는 "아이들이 자석이나 건전지, 워터비즈, 날카로운 물체 등 다양한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부모의 주의만으로 이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체내에서 반응을 일으키거나 크기 변화가 있는 이물질의 경우에는 매우 작은 크기라도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워터비즈'는 물을 흡수해 수십에서 수백 배까지 커지는 성질이 있어 삼킬 경우 장을 막아 구토나 장 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물질이 단순한 복부 X-ray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삼키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이상 진단이 어렵고 결국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교수는 "대부분의 이물질은 자연스럽게 대변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자석, 건전지, 워터비즈, 날카로운 물체 등은 장 손상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킨 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tfcc202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