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해수부 부산 이전 논란…'배불러 큰일'인가, '행정의 비효율'인가
  • 김형중 기자
  • 입력: 2025.06.12 17:19 / 수정: 2025.06.12 17:19
해양수산부. /김형중 기자
해양수산부.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당선과 함께 현실화하면서 이 사안은 세종시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세종시의원들은 '이전 반대 결의안' 발의를 추진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세종시의원은 해수부 이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양 측의 온도 차를 보고 있자면 이 사안이 지역 균형발전 논의를 넘어 정치적 긴장과 정책철학의 충돌이라는 복합적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민의힘 세종시의원들의 결의안 발의 움직임이다. 김충식 시의원(조치원읍, 국민의힘)은 12일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를 공식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오늘 중 발의하고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채택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세종시의회 내 여야 구도가 여대야소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인 상황에서, 결의안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동참이 필요조건이다. 결의안은 행정복지위원회를 시작으로 의회운영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찬반 투표로 가려지는데, 민주당 소속 시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정치적 부담을 안고 표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전날 민주당 김영현 시의원(반곡동)의 발언은 세종시 민주당이 이 사안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의중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는 "해수부가 이전하는 부분은 저도 불편하지만, 다 가지면 배불러 큰일 난다"고 말했다. 세종시의원인 동시에 정부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서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표현한 것인데, 어찌 됐든 방점은 해수부 이전을 사실상 용납해야 한다는 데 찍혀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세종시가 모든 부처를 끌어안으려는 '독식' 논리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출범한 세종시가 다시 ‘중앙 집중’의 또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 논리가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해수부는 지난 2013년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장기간에 걸쳐 조직을 정비하고 직원들이 생활기반을 세종에 둔 부처다. 이제 와서 부산으로 재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이동이 아닌, 수백 명의 공무원과 가족의 삶을 뒤흔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부처 간 협업이 핵심인 중앙행정 시스템 특성상, 다시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될 경우 효율성 저하와 정책 일관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행정 효율성의 문제"라며 김 의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간다면 농림부는 전남, 문체부는 광주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라는 최 시장의 지적은, 자칫 행정수도를 ‘기능분산형 행정기관 집합소’로 오해하는 시각에 경종을 울린다.

세종시는 단지 ‘부처의 집합지’가 아니라, 행정 효율과 협업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설계된 '국가 전략도시'다. 물론 지방의 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그 전제는 기능과 역할, 그리고 현실적인 조건이 정합성을 이뤄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 전략을 명분으로 든 해수부 부산 이전이 오히려 정책 중복, 예산 낭비, 인력 이탈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 그 의도를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이번 해수부 이전 추진이 향후 행정수도 완성 논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단지 정파적 입장에서 비판할지, 옹호할지를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판단 이전에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국민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깊은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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