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경기형 과학고'가 중복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도교육청은 신규 설립하는 과학고에서 지역산업과 연계한 특화교육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각 분야는 이미 마이스터고 등의 체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탓이다.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3월 성남시와 이천시, 시흥시, 부천시 등 4개 시의 '경기형 과학고' 개교안을 확정했다.
성남시 분당중앙고와 부천시 부천고를 오는 2027년 3월 과학고로 전환하고, 이천시 이천과학고와 시흥시 시흥과학고는 2030년 3월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각 학교를 '지역 특화형'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성남 분당중앙고는 정보통신(IT) △부천고는 로봇 △시흥과학고는 바이오 △이천과학고는 반도체 분야로 특화, 해당 분야의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임태희 도교육감은 "대한민국 미래 과학기술을 주도할 인재 양성을 경기교육이 책임진다는 각오로, 기존의 과학고와는 다른 특성화된 과학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지역별·산업별 특화교육은 기존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체제와 겹친다.
이미 △수원하이텍고와 △성남테크노과학고 △용인반도체마이스터고(예정) △수원농생명과학고 등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전날(11일) 성명을 내 "과학고를 추가로 신설하는 것은 명분 없는 중복 투자"라며 "고등학교 체제 내 또 다른 서열을 만드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기형 과학고' 설립에는 개교 준비와 인프라 확충, 교원 배치, 기숙사 건립 등을 위해 3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군별로는 △이천시가 115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성남시 775억 원 △시흥시 580억 원 △부천시 416억 원 등이다.
설립 이후 투입될 연간 운영비도 1곳당 최소 20억~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4곳을 합해 한해 평균 최소 80억 원에서 200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과학고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본래 취지인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경기형 과학고' 설립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부는 "특권학교 설립이 아니라 과학중점학교 확대, 지역 융합교육과정 운영, 고교학점제 내실화 등 보편적 과학교육에 재정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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