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불과 5개월 앞둔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곳곳에 흉물로 변한 대형 건축물 등이 그대로 방치돼 국격 추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에서는 보문관광단지를 관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의 '잘못된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오는 10월 말부터 일주일간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국 회원국 정상과 경제인 등 2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일 현재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반경 1km 이내에는 대형 호텔·상가·위락시설 등 4곳이 폐허로 변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900여m 떨어진 콩코드호텔은 지난 1979년 개장해 특급호텔로 이름을 떨쳤으나 지난 2015년 모기업의 부도로 폐업한 뒤 유령 건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건물 외벽 대부분은 페인트가 벗겨졌고 호텔 입구 지붕은 기와가 거의 떨어져 나간 데다 주차장은 잡초만 무성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700여m 거리의 보문관광단지 핵심 상업시설인 보문상가(2만 5000여㎡) 역시 지난 2019년 경북관광개발공사가 M사로 매각했으나 6년째 폐허 상태다.
이곳은 당초 아울렛 매장으로 재개장하려 했으나 건축물 구조 변경의 어려움과 수익성 문제 등 때문에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각각 500여m, 1km 떨어진 대형 위락시설 신라밀레니엄파크와 경주조선온천호텔 역시 출입 도로가 철망으로 통제된 채 내부 시설물이 여기저기 무너지거나 잡초가 무성했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경북문화관광공사가 10여 년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분리됐으나, 수익 사업 담당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직원 성과급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보문관광단지 슬럼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문관광단지 상인 A 씨는 "성과급제 때문에 경북문화관광공사 직원들은 쉽게 돈이 벌리는 부지 매각이나 골프장 사업 등에는 열심이지만, 어려운 사업인 상권 살리기 등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많다"고 비판했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경북도 낙하산 인사로 취임한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영진이 조직 문화를 바꾸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라며 "'물과 기름'처럼 겉돌다 임기만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측은 '보문단지 슬럼화' 개선 방안에 대한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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