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이 잦은 회의와 무리한 서류 요구,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공무원들을 혹사하는 일종의 '직장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들이 게시판 등을 통해 완곡하게 김 권한대행을 비판하고 있는 반면, 간부들은 '김 권한대행이 의욕적으로 업무를 챙기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며 오히려 김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9일 대구시 공무원들에 따르면 한 직원이 8일 대구시청 공무원 익명게시판에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양 부시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김 권한대행의) 너무 많은 회의와 자료 요구로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댓글에서 "(김정기) 부시장님이 자료 3년 치를 요구해서 만들었는데, 그냥 편하게 간단히 보고하라고 한 적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한 공무원은 댓글에서 "5월 가정의달에 가족여행도 잡혀 있고 특별휴가도 쓰고 싶은데 업무보고에 수시 자료 요구에, 산불근무에 정말 힘들다. 국장님, 과장님이 회의에 참석하시면 결국 팀장, 직원들도 일하겠지요. 횟수를 줄여주세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댓글에는 "회의를 구두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서류를 그렇게나 많이 만들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요? 자고로 회의 많이 하는 조직은 망한다 했었는데", "데이터 수집이라든지 각종 보고서 등등등. 요즘은 AI시대입니다. 쓸데없는 일에 정력 낭비하지 말도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함" 등이 있었다.
이 글은 8일 오전에 게시됐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2000회에 달했고 찬성 19, 반대 1의 의견이 달렸다.
이 게시글은 당일 오후 갑자기 삭제돼 사라졌는데, 작성자 본인이 내렸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김 권한대행이 부하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도 여럿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김 권한대행이 3년 전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부하 직원이 보고하러 가면 '내 눈을 바로 보고 말해라'고 하는 등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여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권한대행이 되고 나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부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권위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직원들의 불평과는 달리, 간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못마땅해하고 있다.
한 간부는 "직원들이 홍 전 시장 재임 때에는 공포 분위기 때문에 입도 벙긋하지 못하다가 권한대행 체제가 되니 사소한 불만까지 공개적으로 털어놓고 있다"면서 "권한대행 체제가 되고 나서 홍 전 시장 때보다 회의가 줄었고 일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주장했다.
<더팩트>는 김 권한대행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 문자로 연락하고 비서실을 통해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권한대행은 대구 출신으로 행안부 조직국장으로 있다가 행정부시장에 취임해 지난달 11일 퇴임한 홍준표 전 시장의 뒤를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대구시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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