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논산=김형중 기자] 충남 논산시가 고령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어르신 복지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부터 식사 돌봄, AI 기반 안전관리, 평생교육까지 어르신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전방위 정책이 눈길을 끈다.
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올해 19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어르신 427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지난해보다 약 660명(18%) 늘어난 수치다.
공익형·사회서비스형·시장형 등 3개 유형으로 나뉘며 마을 환경정비·공공시설 봉사 등 전통적인 일자리에 더해 탄소중립 실천 활동, AI 돌봄사업 등 기술 기반의 신규 일자리도 포함됐다.
논산시 관계자는 "단순한 용돈벌이에서 벗어나 어르신이 주체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 식사와 말벗을 동시에…‘어르신회관 밥상’ 운영
일자리뿐 아니라 ‘식사복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논산시는 지역 내 287개 어르신회관에 444명의 식사 도우미를 배치해, 매일 직접 조리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경우 집에서 식사 대신 나와 회관에서 식사하며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늘었다.
60대 후반의 한 참가자는 "혼자 밥 먹는 날이 많았는데 회관 밥상 덕에 사람 구경도 하고 밥맛도 되살아났다"고 전했다.
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양 불균형 해소와 더불어 고독사 예방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관련 사업의 어르신 만족도는 9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AI로봇 ‘다솜이’…혼자 사는 노인의 새로운 친구
‘디지털 돌봄’도 논산형 복지의 한 축이다. 논산시는 SKT와 협력해 인공지능 로봇 ‘다솜이’를 독거노인 가구에 도입했다.
다솜이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약 복용 알림, 응급 상황 자동 신고 기능을 갖췄다. 평소 말벗 역할을 하며 고독감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 한 사례에서는 고령의 독거노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진 뒤 반응이 없어지자 다솜이가 긴급 상황을 감지해 구조 요청을 했다.
시 관계자는 "고독사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다솜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디지털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 논산행복대학 2000명 수강…배움의 끈 잇는 노년
시가 운영하는 ‘논산행복대학’도 눈에 띈다. 관내 181개 학습장에서 어르신 2000여 명이 참여 중이며 한글 교육부터 스마트폰 활용, 건강 체조, 자서전 쓰기, 세대 공감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고졸 학력을 처음으로 받은 한 수강생은 "문해교육으로 딸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시는 2023년 행복대학 운영을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으며 노년의 배움이 자존감 회복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사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 외롭지 않은 도시, 논산
논산시의 복지 전략은 ‘외롭지 않은 도시’를 목표로 한다. 어르신의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포함한 종합 복지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실제 논산은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이번 정책들은 유사한 상황에 놓인 타 지자체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고령화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논산형 복지모델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어르신이 소외되지 않고 쓸모 있는 존재로 존중받고 가장 따뜻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노인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지역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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