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중학교 배정과정에서 위장전입을 걸러낸다며 학생들의 민감한 개인사와 관련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등록등본에 모든 가족이 등재되지 않으면 이혼 등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수년 전 이런 관행이 ‘인권침해’라며 개선을 권고한 상태다.
27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김민호 도의원(양주2)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중학교 배정 시 학생들에게 ‘전 가족 등본 등재’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중학교를 배정하면서도 주민등록등본상 모든 가족이 실려 있지 않으면, 그 사유를 소명하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직장 때문이면 미등재 가족의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을 △이혼이면 상세 기본증명서를 △사망이면 가족관계증명서를 △거주지가 다르면 임대차계약서 사본 등을 요구하는 식이다.
도교육청은 ‘위장전입 학생으로 인한 규정 준수 학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지난 2019년 경기도교육청에 중학교 예비 신입생들에게 ‘등본 미등재 사유서를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2020년 서울시 사례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도교육청이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5년 넘게 이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이 지난 15일 도의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교사들과 연 정담회에서는 그 실태가 그대로 공유됐다고 한다.
채유경 경기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 "전 가족 등재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 행정"이라며 "위장전입 사례는 극히 드물고, 오히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적 인식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실장은 "이혼, 별거, 조손가정 등 특정 가족형태에 대해서만 별도 서류를 요구하는 행정은 사생활 침해이자 본질적인 차별"이라며 "이로 인해 학생과 보호자가 받는 심리적 부담은 매우 크다"고도 했다.
정담회에 참석한 한 초등학교 교사도 "중학교 배정을 위한 서류 제출 과정에서 학부모가 이혼 사실을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내야 했고, 그로 인해 자녀가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며 "해당 학생은 상담을 요청해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고, 교사 역시 큰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민호 의원은 정담회 결과 등을 토대로 도교육청에 제도개선을 재차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가족형태가 변화하는 현실에도 교육행정의 시계는 멎어 있고, 책임 떠밀기에 급급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각성해야 한다"며 "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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