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권득용 대전디자인진흥원장이 지난 17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대전시 산하 16개 출자·출연기관장 중 연임 없이 임기를 마친 첫 사례다. 향후 대전시 인사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례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현재 대전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중 절반인 8곳의 기관장은 임기 2년이다. 이들 대부분은 통상적으로 1년 연임을 거쳐왔다. 실제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한국효문화진흥원, 대전테크노파크 등의 기관장은 임기 만료 후 1년씩 연임했다. 그러나 권 전 원장은 별도의 연임 없이 임기 만료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과 행정 안팎에서는 권 전 원장의 퇴임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공직 윤리와 관련한 문제로 권 전 원장은 2023년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지적돼 공개 사과했다. 이는 유사한 사안으로 물러난 타 기관장 사례와 비교되며 제도적 기준의 공정 적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관 운영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연임 불가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 2020년 설립 당시 약 19억 8400만 원 규모의 예산으로 출범한 대전디자인진흥원은 초대 진흥원장이 지휘한 2023년까지 예산안이 약 97억 원 규모로 확대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권 전 원장 취임 이후인 지난 2024년부터 예산이 66억 3800만 원으로 전년도 대비 약 31억 원가량 줄었고 2025년 예산도 14억 원가량 줄어 약 52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 부실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권 전 원장은 취임 당시 디자인 비전문성과 과거 전과 전력, 선거 캠프 출신이라는 논란이 잇따랐고 이러한 우려를 임기 중 성과로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번 퇴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시정 방향이 '성과와 전문성 중심 인사'로 전환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전시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명품디자인담당관실'을 신설하며 도시 디자인 행정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해당 부서는 공공건축과 도시 디자인 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을 포함한 유관기관들과의 정책 연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도시 정체성과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분야"라며 "차기 디자인진흥원장은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실적을 갖춘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디자인진흥원 제3대 원장 지명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퇴임이 대전시 출자·출연기관 전반에 걸친 인사혁신의 출발점이 될지 지역 관가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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