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박호경 기자] 부산 형제복지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전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시의 단독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족 A 씨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산시가 63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지난 1985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2년간 수용됐다. 당시 그는 강제노동에 동원되거나 약물을 투여 당했고 퇴소 후 정신질환을 앓았다.
A 씨는 지난해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아버지의 이런 피해 사실이 인정받았고, 이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당시 형식상의 지자체로 사실상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으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돼 자체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했고 부랑인 단속·수용은 국가 사무를 대신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산시가 국가에 앞서 주도적으로 불법으로 부랑인을 단속하고 수용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부산시)는 부랑인 단속과 그 수용시설에 관한 정책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전부터 선행했다"며 "당시 법률에 따라 법인으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됐으므로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단속·수용, 관리·감독 등 제반 행위 모두 피고가 했다"며 "피고는 국가배상책임이 아니더라도 소속 공무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진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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