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신태호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조기 대선 출마 선언 직후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급하게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 김 지사가 시간을 쪼개 미국을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기 지역 자동차 수출 기업들의 간절한 호소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예고하던 지난달 31일 김 지사는 '평택항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 '빅3' 완성차 회사인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에 부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이 참석했다.
한 업체의 임원 A 씨는 "지금 제일 답답한 점은 (정부의) 정확한 정책 방향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알게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들이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씨는 "25% 관세를 맞게 되면 약 100억 원 정도 웃돈을 지출해야 한다"며 "(GM은 관세를 스스로 부담하지만)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납품 업체가 관세를 다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앉아서 100억 원 가까운 관세를 맞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포드나 스텔란티스에 협상을 하기 위해 시도는 하고 있지만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의 90%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으로 날아갔는데 관세까지 추가로 물면 사실상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중소업체들 입장에선 협상 대응력도 부족할뿐더러 자금력도 취약하다"면서 "경기도가 포드라든지 스텔란티스 업체하고 이 두 곳에 수출을 하고 있는 업체를 대표해서 사절단을 만들어 관세를 협상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경영 위기감은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업체 임원 B 씨는 "25% 관세 부과 시 추가 비용이 600억 원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C 씨는 "영업이익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5%가 안 된다"면서 "영업이익 내는 데도 정말 마른 수건을 짜서 하고 있는데 앉아서 관세를 트럼프 4년간 맞다 보면 어떻게 살아날까"라고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다.
간담회에 함께 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도 "트럼프는 관세를 먼저 질러놓고 맞상대, 카운트 파트너와 딜을 하려 하는데, 국내엔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카운트 파트너가 없다"며 "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인 김 지사가 다른 분들보다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업체들의 절규를 들은 김 지사는 간담회 장소를 떠나면서 도 간부들에게 미시간주지사와의 회동 추진을 즉각 지시했다.
도내 업체들이 납품을 하는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모두 미시간 주에 있다.
도는 김 지사의 지시대로 대화 채널을 가동, 미시간 주와 접촉해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와 회담을 성사시켰다.
미시간주는 지난달 28~30일 얼음 강풍('아이스스톰')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으나 휘트머 주지사는 김 지사와의 회담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대형 재난으로 인한 긴급 상황임에도 휘트먼 주지사가 만나겠다고 화답한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미시간 주의 주지사로서 트럼프발 관세 쇼크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지사는 10일(현지시각) 휘트머 주지사와 만난다.
김 지사는 "관세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 정부와 정치권이 우리 경제에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소 기업인들의 간절한 요구에는 언제나 즉시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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