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이 미국 미시간에 간 이유는?…수출 기업의 간절한 '절규'
  • 신태호 기자
  • 입력: 2025.04.10 12:58 / 수정: 2025.04.10 15:02
업체들 "25% 관세면 수백억 '폭탄'…도산 우려"
김 지사 "정치권 죄짓고 있어 경제에 응답해야"
지난달 31일 열린 평택항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더팩트 DB
지난달 31일 열린 평택항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더팩트 DB

[더팩트ㅣ수원=신태호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조기 대선 출마 선언 직후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급하게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 김 지사가 시간을 쪼개 미국을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기 지역 자동차 수출 기업들의 간절한 호소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예고하던 지난달 31일 김 지사는 '평택항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 '빅3' 완성차 회사인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에 부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이 참석했다.

한 업체의 임원 A 씨는 "지금 제일 답답한 점은 (정부의) 정확한 정책 방향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알게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들이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씨는 "25% 관세를 맞게 되면 약 100억 원 정도 웃돈을 지출해야 한다"며 "(GM은 관세를 스스로 부담하지만)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납품 업체가 관세를 다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앉아서 100억 원 가까운 관세를 맞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포드나 스텔란티스에 협상을 하기 위해 시도는 하고 있지만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의 90%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으로 날아갔는데 관세까지 추가로 물면 사실상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중소업체들 입장에선 협상 대응력도 부족할뿐더러 자금력도 취약하다"면서 "경기도가 포드라든지 스텔란티스 업체하고 이 두 곳에 수출을 하고 있는 업체를 대표해서 사절단을 만들어 관세를 협상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경영 위기감은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업체 임원 B 씨는 "25% 관세 부과 시 추가 비용이 600억 원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C 씨는 "영업이익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5%가 안 된다"면서 "영업이익 내는 데도 정말 마른 수건을 짜서 하고 있는데 앉아서 관세를 트럼프 4년간 맞다 보면 어떻게 살아날까"라고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다.

간담회에 함께 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도 "트럼프는 관세를 먼저 질러놓고 맞상대, 카운트 파트너와 딜을 하려 하는데, 국내엔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카운트 파트너가 없다"며 "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인 김 지사가 다른 분들보다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업체들의 절규를 들은 김 지사는 간담회 장소를 떠나면서 도 간부들에게 미시간주지사와의 회동 추진을 즉각 지시했다.

도내 업체들이 납품을 하는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모두 미시간 주에 있다.

도는 김 지사의 지시대로 대화 채널을 가동, 미시간 주와 접촉해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와 회담을 성사시켰다.

미시간주는 지난달 28~30일 얼음 강풍('아이스스톰')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으나 휘트머 주지사는 김 지사와의 회담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대형 재난으로 인한 긴급 상황임에도 휘트먼 주지사가 만나겠다고 화답한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미시간 주의 주지사로서 트럼프발 관세 쇼크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미시간주 출장 보고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미시간주 출장 보고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김 지사는 10일(현지시각) 휘트머 주지사와 만난다.

김 지사는 "관세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 정부와 정치권이 우리 경제에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소 기업인들의 간절한 요구에는 언제나 즉시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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