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9일간 하동군 옥종산불 대응 사투…단 한 명의 희생도 없었다
  • 이경구 기자
  • 입력: 2025.03.31 14:39 / 수정: 2025.03.31 14:39
문화유산과 마을을 지켜낸 밤, 주민들 자발적인 진화 활동
딸기농사 멈추고 물을 뿌리며 힘 보태
산불진화대 활동 모습 /하동군
산불진화대 활동 모습 /하동군

[더팩트ㅣ하동=이경구 기자] 지난 22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발생 9일 만인 30일 완전히 진화됐다. 현재는 뒷불 감시체계에 들어간 상태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돌풍을 타고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까지 번졌다. 옥종면은 전국 최대 딸기 주산지이자 유교문화와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사찰이 밀집한 지역이다. 불길은 9일간 이어졌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재산 피해는 두방재 관리사 2동이 전소되고 수령 900년에 달하는 보호수 두방은행나무가 소실됐다. 이외에는 추가적인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불로 인한 산림 영향 구역은 약 700ha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군 옥종면까지 번지면서 수령 900년의 보호수인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하동군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군 옥종면까지 번지면서 수령 900년의 보호수인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하동군

산불이 가장 극심했던 위태리 일대는 수차례 주불의 진화와 재발화가 반복되면서 산림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번 산불 대응을 위해 동원된 총인원은 5729명과 헬기 70대, 진화차량 68대, 소방차 299대, 경찰차 67대 등 총 544대의 장비가 마지막까지 투입됐다.

이번 산불 대응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은 지난 25일 문화유산과 마을을 지켜낸 밤이었다. 강풍을 타고 불길이 정개산을 넘어 옥종면 중심부로 번질 위기에 놓이면서 하동의 상징적인 문화유산과 주민 생명이 직접적인 위협에 처했다.

특히 하동의 대표 전통사찰이자 고서 '화엄경소'등 문화유산을 보유한 사찰 청계사, 조선 중기의 유학자 하홍도의 위패를 모신 유교문화재 모한재 그리고 안계마을 등 5개 마을이 불길의 바로 앞에 놓이면서 현장은 일촉즉발 위기였다.

불길은 시시각각으로 접근했고 돌풍 속에서도 모든 진화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다. 소방차, 진화대, 공무원, 의용소방대는 밤새 450m에 이르는 3중 소화선을 구축하며 불길 확산을 막았다.

하동군 옥종면 산불에 민간·행정·기관이 하나 돼 총력 진화에 나서며 방화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동군
하동군 옥종면 산불에 민간·행정·기관이 하나 돼 총력 진화에 나서며 방화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동군

당시 가장 결정적이었던 조치는 '퇴각 직전까지 이어진 살수'였다. 모든 인력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아냈고 결국 산불은 청계사 10m 앞에서 멈춰섰다.

수일간 이어진 진화 작업 속에서도 진화대, 공무원, 군·경 인력은 극심한 피로 속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현장을 사수했다. 그런 가운데 지역 주민들과 각 기관들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진화 활동에 나서며 현장에 큰 감동을 전했다.

옥종면 남녀의용소방대와 딸기 수확을 잠시 멈춘 10여 명의 주민들은 농약 살수차 3대를 동원해 산불 확산 저지에 힘을 보탰다. 하동축협 역시 방역차 4대와 살수포 1대, 인력 20여 명을 투입해 산불 연접 지역과 산림·주택의 경계 구간에 집중 살수를 이어갔다.

또 인근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소 100여 마리와 염소 100여 마리를 빈 축사로 신속히 대피시키며 별다른 피해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동군은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한 성금·성품 모금을 긴급히 진행했다. 특히 가수 손빈아씨와 공식 팬카페(빛 나는 별)는 무려 1800여만 원을 후원했다.

청계사 10m 앞까지 다가온 산불 /하동군
청계사 10m 앞까지 다가온 산불 /하동군

새마을운동하동군지회, 하동군자원봉사협의회, 하동군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10개 봉사단체는 산불 대응 최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구호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피해 주민들을 도왔다.

이외에도 전문건설협회 하동군운영위원회, 하동금오농협, 재부 하동향우회 등 지역과 연고를 둔 단체들이 온정을 보태며 '함께 버티는 힘'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값졌던 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승철 군수는 "군민 모두가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하동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주신 모든 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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