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남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결국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됐다. 최다 사망자를 낳았으며, 최대 피해 면적을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산불 관련 사상자 수가 59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27명, 부상자 32명이다.
이는 산림청이 산불로 인한 인명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1989년(26명)을 넘어선 수치다. 아직도 불길이 꺾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경북 지역이다. 지난 21일 의성에서 발화해 인근 4개 시군(안동·청송·영양·영덕)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 산불로 인해 모두 4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사망 23명, 부상 21명이다.
경남 산청에서는 사망 4명, 부상 9명 등 13명이, 울주 온양에서는 부상 2명이 나왔다.
진화대원의 사망도 잇따랐다. 전날 의성에서 산불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기장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날은 영덕에서 60대 산불감시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산불감시원은 지난 25일 영덕 산불 진화현장에 투입됐다가 귀가하지 않아 가족이 실종신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산불감시원이 귀가 중 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북 지역 산불진화율은 이날 12시 기준으로 의성 55%, 안동 52%, 청송 77%, 영양 18%, 영덕 34%이다. 경남 산청·하동은 75%, 울산 울주는 81%의 진화율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예보돼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길 기대했으나, 5㎜에 불과해 불길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경북 지역의 산불영향구역은 3만 3204㏊다. 이는 서울 면적(약 6만 520㏊)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산불 피해로는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 2만㏊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편 이날 산림당국은 "경북 산불이 시간당 8.2㎞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명수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장이 의성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22~25일 미국 위성을 활용한 열 탐지 결과를 분석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2019년 속초·고성 산불 때 시간당 초속 33m 바람이 불었고, 이때 기록된 산불확산 속도는 시간당 5.2㎞였다"며 "시간당 8.2㎞는 역대 최고 속도로 사람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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