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산단 유치에 안성이 뿔난 이유는?…'내로남불' 발끈
  • 유명식 기자
  • 입력: 2025.03.25 14:02 / 수정: 2025.03.25 14:02
송전탑 안성 관통 예고에 시의장 삭발
용인은 수원 송전탑 이전계획에 '발끈'
안정렬 안성시의회 의장이 지난 24일 본회의장에서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안성시의회
안정렬 안성시의회 의장이 지난 24일 본회의장에서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안성시의회

[더팩트ㅣ용인·안성=유명식 기자] 24일 오후 1시쯤 경기 안성시의회 본회의장. 안정렬 안성시의회 의장이 비장한 얼굴로 동료 의원의 도움을 받아 삭발을 했다.

용인시가 유치한 산업단지 가동을 위해 345㎸ 초고압 송전선로 3개가 안성시를 관통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안 의장은 "다른 지자체를 위해 전자파 노출, 건강권 침해, 경관 파괴, 부동산 가치 하락, 농축산업 붕괴 등 모든 피해를 안성시민이 감내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성시의회는 지난 18일 제23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 전원 발의로 '송전선로 건설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성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하면 결사항전의 자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안성시의회에 따르면 신설 예정인 송전선로는 안성 동서축 1개와 남북축 2개 선로다.

선로 길이만 각각 60㎞와 74㎞, 72㎞에 이른다.

선로를 떠받칠 송전탑 등 지지물도 일죽면·죽산면·삼죽면·보개면·금광면·서운면·고삼면 등 7개 면에 걸쳐 각각 130기, 165기, 164기 등 459기가 박힌다.

송전선로는 SK하이닉스가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120조 원을 투자해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과 삼성전자가 이동·남사읍 일대에 계획한 360조 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안성시와 인접한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 등의 주변에는 하루 500톤 규모 소각장과 LNG화력발전소(6기), LNG열병합발전소 등도 들어선다.

안성시는 이미 평택 고덕 삼성전자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땅을 내준 상태다.

안 의장은 "안성시민은 이미 설치된 765kV 변전소 등 변전소 6개와 350여 기의 송전탑으로 인해 희생을 감내해오고 있음에도 또다시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수지구 성복자이 2차 아파트에서 바라본 송전철탑의 모습./용인시
용인시 수지구 성복자이 2차 아파트에서 바라본 송전철탑의 모습./용인시

반도체 산단 유치로 안성시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용인시는 수원시에 불만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 18일 한국전력공사에 수원시와의 갈등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시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많다며 광교산에 있는 송전철탑을 용인시 쪽으로 옮기려 하고 있는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부터 경계를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용인시와 인접한 가장자리로 송전탑 3기와 송전선로(154㎸)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공사 예정지에서 1.2㎞ 떨어진 수지구 성복동 아파트 단지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수원시가 광교신도시 공동시행자인 용인시와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광교 송전철탑 이설을 강행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로 이웃 도시 간 공동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시는 지난해까지 평택시와 '물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평택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원을 공급하기 위해 1979년 용인 남사읍 일대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다.

용인시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규제 해제를 요구해 왔고, 평택시는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맞섰다. 규제는 45년여 만인 지난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계획을 계기로 양측이 합의하면서 해제됐다.

vv830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