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남=유명식 기자] 경기 성남시의료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진료 일정표에는 폐 질환 환자에게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소속 폐암 명의, 이춘택 교수다.
그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통 몇 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제는 매주 월요일 오전 성남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9월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의료원장으로 취임하고, 3개월여 뒤 분당서울대병원과 의료교류 협약을 맺은 덕분이다.
성남시는 이를 위해 예산 35억 원을 별도 편성했다.
하지만 성남의료원의 전반적인 경영수지는 여전히 적자인 상황이다.
21일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의료원의 의료손실은 연간 400억~500억 원에 이른다.
병상 이용 수가 평균 100명에 불과, 가동률은 20%에 그치고 있는 때문이다. 509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400병상 이상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시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22년 265억 원, 2023년 215억 원, 지난해 413억 원을 의료원에 지원한데 이어 올해도 484억 원을 출연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23년 11월 의료진 이탈과 환자 감소, 의료손실 확대라는 악순환을 해소한다한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 민간위탁 운영을 요청했으나 1년 4개월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승인 기준과 선례가 없다’며 복지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시는 민간위탁을 위한 조례 개정, 시의회 동의, 수탁병원 공개 모집 등 행정 절차와 관련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민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대학병원급 의료 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 대상 공공의료사업 강화를 위해 대학병원 위탁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의 신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그는 "성남시의료원 설립에 책임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공공병원은 적자를 감내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악성 적자가 아닌 ‘착한 적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은 신 시장과 다르다.
성남시의료원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수익성을 앞세워 공공성을 포기하려는 ‘나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병원 정상화와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성남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도 지난 2022년 9월 시의회에 반대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조합은 "의료원의 문제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공공의료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했음에도 경영진의 무능과 독단으로 인해 의료진이 이탈, 일반진료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시민의 재산을 공짜로 팔아치우는 민간위탁이 아니라 성남시의료원의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해 제 역할을 다하는 공공병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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