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기구하게 살며 모아온 이 재산을 고향의 국립대학교에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만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삶을 살며 자수성가한 미수(米壽, 88)의 노인이 자신이 평생 일군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고향에 위치한 국립대학교인 충남대학교에 기부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에 거주 중인 윤근 여사(1937년생)는 19일 충남대학교를 방문해 김정겸 총장에게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40억 원 상당의 본인 소유 건물을 기부했다.
개인기부로는 1990년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 원을 기부한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윤근 여사의 고향은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면으로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3살에 어머니를 여의며 갖은 고생 끝에 강인한 생활력 덕분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며 스스로 일구며 인생을 살았다.
이 무렵 고향으로부터 전해진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의 기부와 별세 소식을 뉴스로 접했고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때가 되면 고향의 국립대인 충남대에 기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윤근 여사는 88세를 맞은 2025년, 자신의 현재와 역사가 담긴 부산의 동남여관을 충남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윤근 여사는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어요.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라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 충남대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만 집중해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정겸 총장은 "윤근 여사님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라며 "수십년 동안 고향을 떠나 계신 동안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는 말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사님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부동산을 기부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사님 고향의 국립대인 충남대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는 여사님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윤근 여사로부터 기부받은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 다각도의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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