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판교 공공임대 분양전환 아파트에 서린 서민들의 ‘피눈물’
  • 유명식 기자
  • 입력: 2025.03.19 10:09 / 수정: 2025.03.19 10:09
시세 분양전환·세입자 ‘강제집행’ 쫓아 내
법적다툼 5년…연체폭탄·보증금마저 날려
성남시 "법적 문제없다" 시장면담도 거부
A씨 등이 성남시의 대책을 요구하며 시청사 앞에 게시한 현수막./A씨 제공
A씨 등이 성남시의 대책을 요구하며 시청사 앞에 게시한 현수막./A씨 제공

[더팩트ㅣ성남=유명식 기자] A씨는 지난 2009년쯤 경기 성남시 판교 산운마을9 단지 B건설이 건설한 민간공공임대주택 59㎡에 3년여 뒤 입주했다.

입주하면서 발코니 확장비용과 임대보증금을 합해 1억 9000여 만 원을 냈다.

어려운 살림에도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어렵사리 마련한 전 재산이었다. 매월 40만 원 안팎의 임대료와 관리비 등이 부담이었지만, 온 가족이 새집에서 새 출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년 임대료가 5%씩 오르는 것도 감내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A씨 가족의 희망은 10년 임대기간이 끝날 즈음 무참히 깨졌다.

건축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될 것으로 생각했던 분양전환 가격이 주변 아파트 매매가 등을 근거로 책정된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2006년 아파트분양가 원가연동제(상한제) 시행 이후에 공급된 단지여서 당연한 권리라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A씨는 "보증금도 근근이 마련해 입주한 서민들이 수년 만에 몇 억을 어떻게 모으느냐"며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리려고 그린벨트를 풀어주고 용적률 등도 완화해서 건설사만 배불리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10년 공공임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민간건설사가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5% 이하만 받고 시세의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대신 건설사에게는 인·허가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반면 B건설은 ‘임대의무기간이 10년인 경우 분양전환 가격은 감정평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한 임대주택법 등의 규정을 들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성남시도 이를 수용해 분양전환 승인을 내줬다.

건설사와 성남시를 상대로 한 A씨의 4~5년간의 법적 다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법원과 수사기관은 모두 시공사 편을 들어줬다.

사기, 배임, 주택법 위반 여부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으나 거대 로펌을 동원한 물량공세를 감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B건설이 강제집행한 A씨의 살림살이가 한 보관창고 야외에 방치돼 있다./A씨 제공
B건설이 강제집행한 A씨의 살림살이가 한 보관창고 야외에 방치돼 있다./A씨 제공

최종 판결이 난 이후인 지난해 10월 B건설은 A씨를 포함, 사정이 비슷한 세입자 10여 가구를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법원으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은 A씨는 그나마 이 과정에서 맡겨뒀던 임대보증금도 단 한 푼 못 찾았다.

A씨는 "임대료가 과다 책정됐다는 분쟁으로 9000여만 원을 중간에 환급 받았으나 나머지는 밀린 임대료와 그에 따른 18%에 달하는 연체이자 등으로 B건설이 모두 상계 처리했다"면서 "강제집행 비용 등 700여만 원을 추가로 물어내라고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B건설은 지난달 28일 A씨 등을 대체할 새로운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상태다. 이번에 책정된 분양가는 A씨가 살던 59㎡가 11억 7050만 원, 84㎡가 14억여 원이었다.

2~3억 원대였던 건설원가 대비 4~5배, 최초 분양전환 예고가인 6~7억 원대와 비교하면 2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성남시는 이번에도 건설사 계획을 승인했다. 시는 A씨 등의 시장면담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

A씨는 "소송에서 패하면서 최초 공지했던 금액으로 분양을 받겠다고 하니 건설사는 그마저도 거절했고, 신상진 성남시장은 서민들의 호소를 외면했다"며 "강제집행하면서 짐은 다 부서져 쓰지 못하고 폐기처분했다"고 울먹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B건설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A씨 등을 도와드릴 마땅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