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김동선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는 '경기형 과학고' 4곳을 설립하는 데만 무려 3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 비용은 과학고를 유치한 기초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교육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특혜정책"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18일 <더팩트>가 '경기형 과학고'를 유치한 시·군 4곳이 잠정 책정한 설립 비용을 합산한 결과 총 29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군별로는 △이천시가 115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성남시 775억 원 △시흥시 580억 원 △부천시 416억 원 등이다.
성남시는 13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지적에 기존 시설을 활용,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설립 이후 투입될 연간 운영비도 1곳당 최소 20억~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4곳을 합해 한해 평균 최소 80억 원에서 200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와 사회복지비 증가 등으로 살림살이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시·군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어서 벌써부터 해당 지역 사회에서는 '교육 불평등' 논란이 거세다.
다수의 학생이 다니는 일반학교에 대한 지원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미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31개 시·군이 공동으로 일반학교에 지원하는 교육협력사업비 규모는 임 교육감 취임 후 △2022년 2072억 원 △2023년 1941억 원 △2024년 1397억 원 등으로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교시설유지관리지원금도 2023년 427억 원에서 2024년 92억 원으로 줄였다. 이 지원금은 학교 수목 전정이나 균열 보수, 예초제, 승강기 보수 등에 쓰이는 예산이다.
설립에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과학고 지원계획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고를 유치한 곳에서는 '지역 학생 우선 선발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분당을 지역위원장은 지난 7일 성남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0% 성남시민의 혈세로 설립될 분당과학고 신입생의 30% 이상을 성남지역 학생으로 선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성남시도 이 보다 10%p 높은 지역 학생 40% 배정을 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일반고를 과학고로 전환하거나 새로 설립해 운영할 시·군을 공모해 지난달 부천시과 성남시, 시흥시, 이천시를 대상지로 최종 확정했다.
이천시와 시흥시는 과학고를 신설하고, 성남시와 부천시는 기존 학교를 바꾼다.
전환되는 과학고는 2027년 3월, 신설되는 과학고는 2030년 3월 개교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공모하면서 △설립 예산 편성과 확보 △교육 부지 확보 △운영 예산 편성과 확보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경기 남부 지역 시·군이 대상지로 꼽힌 이유 중 하나다.
경기 북부 연천군과 가평군 등은 아예 참여조차 못 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경기형 과학고에는 국가 예산 지원이 전무하고, 수백억 원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며 "일반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 예산이 축소되는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교육청은 사교육비 증가와 예산 낭비를 초래할 과학고 설립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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