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낮 페이스북에 격양된 어조로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시비 걸게 없으니 어이가 없다. 양아치 밑에서 정치 하느라 고생 많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수준 하고는, 쯔쯔쯔···."
이 글에서 '시비'라는 말은 이날 민주당이 홍 시장과 선거브로커 명태균 씨 간에 주고 받은 카톡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고, '양아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칭하는 것 같다.
홍 시장이 입이 건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최근 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말 비슷한 글을 올린 것은 오랜만이다.
명태균 말만 나와도 톤이 올라가는 홍 시장이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 글은 단연 수위가 높았다. 홍 시장 본인이 그만큼 답답하고 초조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홍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줄기차게 명태균 씨와의 커넥션을 부인해왔지만 요즘 쏟아지는 관련 뉴스를 보면 그리 명쾌하게 해명된 것 같지는 않다.
이날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과 명 씨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명 씨가 '생신 축하 드린다'고 하자, 홍 시장이 '탱큐'라고 답하는 등 안부 카톡이 전부여서 다소 맥 빠진 폭로였다고 할 수 있다.
홍 시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의례적인 답장"이라며 "나는 명태균을 모른다고 한 일이 없다. 알지만 그런 사기꾼은 곁에 둔 일이 없다"고 받아쳤다.
민주당은 홍 시장이 지난 2월 18일자 페이스북에 쓴 "(명태균의) 수만 통의 황금폰에도 내 목소리, 카톡 한 자도 없으니 민주당도 폭로할 게 없을 겁니다"라는 글을 문제 삼고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둘의 커넥션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아직까지 홍 시장이 직접 명태균 씨와 뭔가를 모의하거나 실행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홍 시장이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고 확신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렇지만 홍 시장 측근들과 아들은 명 씨와의 접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명확한 팩트다. 홍 시장 측근들이 명 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선거캠프 사무원이 명 씨 측에 여론조사비를 대납했으며, 아들이 명 씨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홍 시장 측도 부인하지 않는다.
야권도 아직 심증만 키울 뿐 '결정적 한방'을 날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 시장을 대선후보 자격이 없는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려는 야권의 창과 이를 방어해 대선후보로 진격하려는 홍 시장의 방패가 어떤 결론을 낼 지가 이번 조기 대선 국면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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