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청춘남녀 179쌍 결혼시킨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 박병선 기자
  • 입력: 2025.03.14 09:00 / 수정: 2025.03.14 09:00
페미니스트·여성들 욕 먹고도 '성혼 사업' 계속
"인구 위기 극복 위해선 청년 결혼이 우선 돼야"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사진 맨위)이 지난달 솔로탈출 고고미팅 행사에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사진 맨위)이 지난달 '솔로탈출 고고미팅' 행사에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결혼', '출산'을 입에 담았다가 페미니스트나 젊은 여성들에게 욕 먹고 공격 받을까봐 정부나 정치권은 계속 방관만 하고 있었어요."

'결혼 전도사'를 자임하는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2016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각종 만남 행사를 열어 179쌍의 청춘남녀를 결혼시켰다.

농촌 지역도 아니고, 인구 52만 명의 대도시 단체장이 주위의 눈총을 무릅쓰고 '성혼 사업'에 진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이채롭다.

전국 최초로 '결혼 장려' 전담팀을 구성해 9년 간 성혼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선거직들이 흔히 벌이곤 하는 '보여주기'나 '일회성'이 절대 아니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달서구가 주최하는 3대 3 혹은 5대 5 미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청춘남녀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함께 게임도 하면서 분위기를 돋운다.

"어쩌면 '반도체', 'AI'보다 더 시급한 것이 청춘남녀의 결혼입니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고 국가 소멸을 막을 것이 아닙니까."

그는 "성혼 사업을 시작한 2016년에도 전국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지난해에는 0.75명을 기록해 국가 재앙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결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가에서 돈을 주고 출산을 유도해 봐야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결혼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인구 위기를 체감하고 성혼 사업을 시작할 때는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여성단체 등이 "여자들이 아이 낳는 기계냐"며 반대 성명서를 쏟아내고 언론에서도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격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은 "저 사람 왜 저래"라며 공공연하게 면박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에 여러 차례 전국 지차체의 결혼 장려 전담조직 설치와 다양한 공모 사업 시행, 법 조항 신설 등 각종 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달서구 홀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혼 사업을 계속해 성과를 축적해갔다. 달서구가 시행했거나 진행 중인 결혼 프로그램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미혼남녀 회원들에게 만남 기회 및 결혼 정보를 제공하는 '솔로탈출 결혼원정대', 미혼남녀 5대 5 소그룹 미팅인 '고고(만나go, 결혼하go)미팅', 미혼 남녀 10대 10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한 데이트인 '썸남썸녀 데이트', 두 번을 만나는 이색 데이트인 '보고 또 보는 데이트'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직장생활로 바쁜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직접 사위, 며느리를 찾을 수 있는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데이(day)' 행사가 79회 열려 258쌍이 만났고 이중 15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장려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셀프 웨딩 아카데미', '커플매니저 양성과정' 등도 운영한다. 월광수변공원, 배실웨딩공원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만들었고, 작은 결혼식 예식장 9곳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결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경북도가 결혼 장려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대구시도 달서구의 결혼 장려 사업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이제 달서구는 성혼 사업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호를 '잘 살아보세' 대신에 '잘 만나보세'로 정하고, 인구 위기 극복에 가장 앞장서는 지자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결혼장려팀, 결혼친화스포터즈 등과 함께 결혼 장려 홍보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결혼장려팀, 결혼친화스포터즈 등과 함께 결혼 장려 홍보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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