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모처럼 협치 쪽으로 기울던 세종시와 시의회가 또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번 갈등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시정질문 불참이 발단이 됐다.
6일 열린 세종시의회 제9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는 5분 자유발언과 시정 및 교육행정에 대한 질의·답변이 예정돼 있었으나 최 시장의 불참 통보로 인해 파행됐다. 시의회는 최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을 무기한 연기했다.
최 시장은 이날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권한대행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을 이유로 시정질문에 불참을 통보했다.
전날 오후 임채성 의장에게 전화로 알린 데 이어 오후 6시 45분 공식 통보했으나 임 의장은 본회의장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최 시장은 2차 본회의에 잠시 참석했으나, 통화한 대로 약속된 시간이 됐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이에 임 의장이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앉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최 시장은 예정된 약속때문에 그대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정회가 선언됐고 임 의장과 일부 의원들은 최 시장과 설전을 벌였다.
임 의장은 "시장께서 책무를 다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바쁘신 일정이 있다면 내일 다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제안했다.
최 시장은 "현안 질문은 내일이든 19일이든 응하겠다"면서도 "의회를 경시했다는 말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 협치 분위기 무색…여야 갈등 격화
최 시장과 시의회는 그간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세종빛축제, 2025년도 예산안, 세종평생교육·정책연구원 설립 조례안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전날 8개월 동안 논란이 지속된 세종평생교육·정책연구원 설립 조례안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되며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으나 이날 사태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됐다.
김현옥 의원(새롬동, 더불어민주당)이 제2차 본회의 개회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의 워크숍 인삿말이 시정질의·답변보다 더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최 시장은 "본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일정인데, 그 정도도 이해 못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격해졌다. 유인호 의원(보람동, 더불어민주당)은 "초등학생도 이렇게 회의는 안 한다"고 비판했고 김현미(소담동)·김현옥 의원도 "최 시장이 의회를 경시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최 시장이 "시간 때문에 이석해야겠다"며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자, 임 의장은 "시장님, 제 말이 끝나지 않았다. 더 계셔야 한다"고 제지했다.
그러나 최 시장은 본회의 개회 35분 만인 오전 10시 35분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번 사태로 세종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면서 향후 협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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