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 교육 수장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미국 하버드대 100여 명 특강 등을 이유로 외유에 나서 3·1절 기념식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교육감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 미국 외유에 나섰는데, 이 특강과 지역 교육청 단위의 협약이 주요 일정이었다.
임 교육감이 미국을 드나드는 사이 중등교원 임용시험 점수 산정 오류 등 도교육청에서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 교육감은 지난달 25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벨몬트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방미 미국 하버드대 특강 등을 위해서였다.
그는 방미 이튿날(현지시각 26일) 하버드대 교수와 학생 150여 명에게 '한국의 교육개혁: 학생 맞춤형 교육과 인공지능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했다.
임 교육감은 이 때문에 지난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에 불참했다.
도교육청은 임 교육감이 영어로 연설한다는 등의 가십을 언론에 흘리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선조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의미와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 조차 내지 않았다.
경기 교육의 수장인 경기도교육감이 외유에 나서 3·1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교육감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과 2023년 3·1절 기념식에는 참석했다.
그는 지난달 4~10일에도 3800여만 원을 들여 공무원 등을 이끌고 미국 등을 찾았다. 이 기간 워싱턴주와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해 성남교육지원청과 워싱턴주교육청 간 협약식 등을 참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임 교육감이 외유에 나선 것이어서 당시에도 부적절하다는 뒷말이 있었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도교육청은 임 교육감 귀국 하루만인 같은 달 11일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점수 산정 오류를 냈다. 고위 간부들까지 여러 차례 결재를 거쳐 이뤄진 합격자 공고였으나 누구 하나 거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응시생 98명의 당락이 엇갈렸다. 49명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도교육청의 허술한 시스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도교육청은 공개 사과 뒤 감사를 진행 중이다.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은 이뿐 아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싸고 현장이 어수선하면서 지난달 28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AI 디지털교과서 정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편에서는 사서 교원 자격증이 없는 학교 도서관 사서들의 경력을 50% 삭감하라는 도교육청의 갑작스런 지침을 두고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사서 교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교사 자격증과 사서 자격증을 동시에 갖춘 교사들을 기간제로 채용해 학교 도서관에 배치해 왔다. 임용 과정에서 기존 경력도 80~100% 인정해 호봉을 산정했는데, 부족한 사서 교사를 충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이 이들을 두고 '무자격자'로 판단하면서 도교육청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임 교육감은 도의회 등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해왔으나, 도교육청의 공문으로 임 교육감의 체면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과 관련한 대책도 고심해야 할 처지다.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연간 비용은 6246억 원가량이다.
이 비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에 근거해 지난해까지 정부와 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자체가 5%를 나눠 분담해 왔다.
그러나 5년이었던 특례조항 시한이 지난 연말 종료됐다. 정부는 3년 연장을 요구한 국회의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이다.
구희현 친환경무상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과 학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 수장의 한가한 외유"라며 "탄핵정국으로 교육 정책이 표류, 시름이 가득한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도교육청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방문은) 전 세계에 새로운 경기 교육의 방향을 공유하고 우수성을 알릴 기회였다"면서 "세계 교육을 선도하는 경기 교육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국제 교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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