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2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이 있을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시장의 대선 출마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본인이 공사석에서 여러 차례 밝힌 것이지만, 시장직 사퇴 언급은 처음이다.
홍 시장은 이날 소통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시장직에 계셔야 대선 때 당원들 표 얻는 데도 좋고,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본다'는 지지자의 글에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 사퇴한다. 내가 집권하면 TK 현안은 모두 해결된다"고 답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즉각 시장직을 사퇴하고 60일 내로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청 주변에서는 홍 시장이 조기 대선이 있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자체가 의외의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홍 시장 주변에서는 홍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홍 시장의 자리에 대한 집착이 유별난데다,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쉽게 시장직을 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홍 시장 참모들은 오 시장이 과거 무상급식 문제로 시장직을 내던져 당을 망하기 직전까지 몰고간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또다시 시장직을 사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시장은 과거에도 자리에 지나치게 연연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제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돼 대선에 출마하면서도,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다가 사퇴 시한 3분을 남겨둔 오후 11시 57분에 사퇴서를 접수시킨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도지사 보선이 무산돼 15개월 동안 도정을 직무대행이 맡았다.
또 2021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도 참모들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홍 시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는 이기고, 당내 투표에서는 패배해 윤 대통령에게 후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홍 시장의 시장직 사퇴 선언을 두고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1953년생으로 만 71세인 홍 시장은 이번 대선을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배수진을 치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거기다 명태균씨와의 커넥션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시장직 사퇴 선언을 통해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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