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를 검토하면서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 위험성을 살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류충돌은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그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홍근 경기도의원(화성1)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 8일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방안 수립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은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3년 9월부터 1년여 간 2억 4000만여 원을 들여 추진했다.
그 결과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이 후보지로 꼽혔다.
이 3곳에 3.7조~6조 원을 들여 부지 270만㎡ 이상, 3200m 길이 활주로 1개를 갖춘 국제공항을 건설할 때 비용대비편익(B/C) 지수가 1.0 이상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미국연방항공청(FAA) 규정 등을 준용해 1차 후보지로 선정한 5개 시·군 10곳을 대상으로 공역, 기상, 장애물, 소음, 접근성, 확장성 등을 검토해 얻은 결론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후보지 평가 잣대에는 조류충돌 위험성은 빠져 있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화성 화홍호는 국제적 조류서식지로 인정받는 곳"이라며 "입지 여건을 검토할 때부터 버드스크라이크 위험성을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22년 생태조사 보고서에서 화홍호를 포함한 화성습지(73㎢)에 멸종위기종 25종 등 연간 150종, 15만 마리 이상의 조류가 서식한다는 결과는 냈다.
화홍습지는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이 지난 2018년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EAAF142)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인근보다 철새 개체수가 많고 조류 이동경로와 이착륙 노선이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국제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연구여서 조류충돌 위험성이 세부적인 검토 내용에 들어가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항건설은 장기적인 사업인 만큼, 단계 단계별로 그에 맞는 수준의 용역을 통해 예방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홍근 도의원은 "후보지를 이미 결정한 뒤 전략적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그저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라며 "예비 단계부터 위험성이 없는 곳에 공항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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