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김선완 기자] 북한을 탈북하여 대구에 정착한 최금희 씨(49)가 ‘북한이탈 주민과 중국동포의 가족연구’로 21일,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논문에는 북한이탈 주민과 중국동포들이 한국 이주민 집단의 정착 과정에서 가족 재구성의 역할과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한 내용을 썼다.
논문은 국내 6곳에 정착한 북한탈북 이주민 7가구 22명과 중국동포 8가구 19 명 등 41명을 표본으로 1년동안 각 세대마다 세차례에 걸쳐 사례연구를 통해 이주동기와 정착과정의 역할 변화를 조사하여 결과물로 내 놓았다.
그녀는 학위 취득과 함께 자신이 공부했던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올해부터 학술연구 교수로도 강의하게 되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또 논문과 관련, "북한 출신으로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주민 가족들의 삶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들의 고통과 희망을 함께 하며, 때로는 연구자 자신의 이주 경험과 겹쳐져 마음이 아플 때도 있었다"는 그녀는 "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이주민 가족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씨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포기한 공부를 이뤄내기 위해 몽골에 난민신청을 통해 2007년 한국으로 입국한 뒤 35세가 되던 2009년,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중어중문학과를 공부하면서도 노어노문학과를 복수전공 한 뒤 학부를 졸업 후에는 1년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깊이 공부하기도 했다.
귀국 후 중국어와 러시아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경북대 대학원 노어노문학과에 진학, 톨스토이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 아주대학교 경영학 석사까지 취득하였다.
그는 잇따라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 2년 동안 최단기간에 ‘다문화분야’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취득해 강의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15년 동안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그녀는 1998년에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북했다. 자신을 숨겨 준 조선족 가정에서 8년 동안 살면서 돈을 벌어 북한의 가족들을 돕다가 2008년에 홀로 대구로 왔다.
이때 탈북과정에 도움을 준 중국동포인 조성남 씨(57)도 다음해 ‘산업체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 그녀와 결혼한 뒤 대구에 정착을 했다. 북한에는 현재도 최 씨의 어머니(88)와 오빠, 언니 등 가족들이 살고 있다.
최 씨는 "아버지는 과학자로 일찍 돌아 가시고, 엄마는 소아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퇴직 후 ‘고난의 행군’시기에 배급도 중단되고 연금도 끊겨 가족이 여러날을 굶다가 혼자 탈북하게 됐다"고 한다.
최 씨는 9년 전 부터 대구에서 ' 고전문학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란 인문학 과정을 열어 러시아와 중국, 한국문학 등을 비교하는 강의로 유명해졌다./ SBS 영상 캡처
‘책벌레’ ‘탈북민 1호 인문학 강사’ ‘똑순이’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최씨는 "제가 북한과 중국, 몽골, 러시아, 남한을 누비며 살아온 삶이 폭넓게 인문학을 강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의 기행 강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제 강의를 듣고 그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는 분들을 만날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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