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탄핵 반대' 압도적인 이유는?
  • 박병선 기자
  • 입력: 2025.02.21 18:17 / 수정: 2025.02.21 18:17
각종 여론조사 통해 본 TK 지역 여론 분석
윤 대통령 무조건 지지 보다 이재명 공포감이 원인
대구경북 지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조사 추이(한국갤럽). /박병선 기자
대구경북 지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조사 추이(한국갤럽). /박병선 기자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반대'가 TK 지역에서 60~70%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탄핵 반대'가 평균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현상이다.

한국갤럽이 12·3 비상계엄 이후 실시한 6차례의 여론조사 추이(표 참조)를 보면 TK 지역은 처음에는 '탄핵 찬성'이 '탄핵 반대'보다 다소 높았다. 그러다가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서서히 '탄핵 반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급격하게 우세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급격하게 요동치는 TK 여론

비상계엄 직후에 실시한 12월 8일 여론조사를 보면 비상계엄의 충격 때문인지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가 54% 대 41%였다. TK 지역 표본 수가 102명에 불과해 다소 오차가 있더라도, '탄핵 찬성'이 우세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TK 여론이 '비상 계엄'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전국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지지 여부를 묻은 항목에서 전국적으로 '지지'대 '반대'가 10% 대 87%였고, 대구경북은 16%대 82%였다. 그러니까 TK 민심은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1월 10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47% 대 47% 동률을 기록했으나 1월 17일 여론조사에서는 34% 대 56%로 역전됐다. 그 과정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12월 27일)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1월 15일) 등의 사건이 있었고, 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구속 및 서울 서부지법 난입 사태(1월 19일), 윤 대통령 헌재 재판관 3명 회피 의견서 제출(2월 1일) 등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고 공수처 수사와 헌재 재판의 공정성 논란이 빚어지면서 '탄핵 반대'가 60% 가까이 치솟았다.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 집회였다.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집결한 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반대'가 무려 67%에 달했다.

이들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집결한 지난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박병선 기자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집결한 지난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박병선 기자

◇탄핵 반대가 압도적인 이유는?

TK 지역의 탄핵 반대 여론은 무조건적인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는 '이재명 포비아(phobia)'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집권에 대한 공포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구경북의 이재명 대표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고, 전국 평균에 비해 20% 가까이 낮다. 지난 1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표 지지도는 전국적으로 43.3%를 보였으나 TK 지역은 25.5%에 불과했다.

대구 출신인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대구경북 사람들은 탄핵은 절대 반대하지만 비상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그야말로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대구경북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일반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지역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탄핵 반대'를 앞세우지 말고 솔직하게 '이재명 반대'를 외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경북의 '탄핵 반대'는 이재명 집권에 대한 우려와 함께 '보수 궤멸'로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학습효과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것은 물론이고, 탄핵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증거를 조작한 듯한 모습을 보면서 대구경북의 민심이 '탄핵 반대'로 완전히 돌아섰다"면서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대표만 이익을 얻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는 지역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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