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한 곳인 전남 화순군 사평면 주민들이 댐(동복천댐) 건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후보지 최종 선정에 대해 사평면 대표 주민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대표 주민협의체 자체가 댐 건설을 강행하려는 환경부의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해 7월 30일 동복천댐 신설을 포함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동복천댐 신설은 영산강과 섬진강 권역의 반복적인 가뭄 피해와 물 부족 해소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2023년 광주⋅전남 지역 가뭄으로 인해 주암댐과 동복댐 저수율이 20% 안팎을 기록한 것을 볼 때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건설은 고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동복천댐이 신설되면 화순군 사평면 주산리와 사수리 등의 마을이 수몰될 수 있어 지역민들의 반발이 일었다. 실제 환경부도 후보지 선정 당시 "사평면에 기후대응댐이 설치되면 80가구가 수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신설 댐 보상으로 지역 경제 개발 활성화 등 당근책을 들고나왔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상태다. 앞서 주암댐 건설 때도 경제 개발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진 과거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한마디로 단순한 보상금과 이주지원비만으로는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환경부는 대표 주민협의체가 반대하면 신설 댐에 대해 재고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언뜻 보면 정부가 주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표 주민협의체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댐이 들어설 22개 마을에는 사평면 기후대응댐 예정지 주민협의회, 동복천 기후대응댐 사평면 대책위원회, 사평댐(동복천댐) 백지화 대책위원회 등 3개의 주민협의체가 있다.
이 중 사평면 주민협의회는 찬성, 동복천 대책위원회는 조건부 찬성, 사평댐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반대의 입장이다.
3개 단체 중 2개 단체가 찬성 입장을 보이지만 사평면 주민협의회와 동복천 대책위원회는 대표의 일방적 찬성 표시의 정황이 있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15명으로 하는 대표 주민협의체 구성을 원하고 있다. 사평면 3개 단체로는 대표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평댐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환경부의 이런 제안에 대해 한 마디로 댐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사평댐 백지화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개 단체 대표는 이장으로 본인들의 이해관계가 비슷한 마을 주민만 회원으로 하고 있다"며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마을 어르신들은 대부분은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가 이런 점을 이용해 대표 주민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사평면 전체 마을 주민의 생각을 이반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연지 화순군의회 의원은 18일 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예방과 미래 산업 물 수요를 이유로 댐 건설이 필요하다 설명했다"면서 "댐이 들어서면 오히려 안개 때문에 농작물 피해와 소득 감소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반문한 뒤 "주민 의견 없는 댐 건설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환경부에 △댐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 재검토 △지역 주민 참여 공청회 △댐 건설 아닌 대체 방안 모색 등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대표 주민협의체 구성에 대해 화순군이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동복천댐 후보지 선정은 멈춰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군과 협의한 대로 대표 주민협의체가 구성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이후 상황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화순군은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화순군 관계자는 "대표 주민협의체 구성은 하나의 방안에 불과한 것으로 환경부가 협의체 구성만 기다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댐 건설에 대한 키는 환경부가 쥐고 있는 만큼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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