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시장 안정 대책, 최악의 대구 부동산 시장 살릴까
  • 박병선 기자
  • 입력: 2025.02.18 18:19 / 수정: 2025.02.18 18:19
'3단계 DSR 유예 또는 완화' 빼면 알맹이 없어
수도권 중심 정책, 지방에 권한 이양 목소리 나와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도 할인 분양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박병선 기자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도 '할인 분양'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박병선 기자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정부가 19일쯤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포함한 건설경기를 살리는 건설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금융·세제 추가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등 각종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국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대구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마중물이 될 지는 의문스럽다.

대구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산처럼 쌓여 파탄 직전에 놓여 있는 상황이어서 웬만한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8일 국회 답변에서 지역에서 그렇게 바라던 '지방의 3단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유예 또는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역 업계의 절망감은 더 커졌다.

◇파탄 직전의 대구 부동산시장

"아무리 깎아준다고 해도 손대는 이들이 없어요.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초토화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만난 대구 건설업체 직원들과 공인중계사들은 "몇달을 더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쉬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올해 들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악화일로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전국 수위권을 달리고 있어 지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대구시가 2023년부터 신규 주택 사업 승인을 중단했음에도 올해까지 예정 물량이 넘쳐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등 부동산 경기는 그야말로 숨만 헐떡이고 있는 상황이 됐다.

◇ 대구 미분양 현황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동주택 미분양 현황을 보면 대구는 8807가구로 나타나 경기도(1만521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2위 수준이다. 이는 2023년 12월 1만 245가구보다 14% 줄었지만 지난해 10월 8506가구, 지난해 11월 8175가구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가 수치상 최악이라고 해도 인구 1369만 명에 수도권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236만 명의 인구를 가진 지방 도시 대구시와는 수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준공 후 팔리지 않는 대구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더욱 심각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674가구로 나타나 전국 최악이다. 이는 2023년 12월 1044가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고, 지난해 6월 1635가구에 비해서도 39% 증가한 수치다.

대구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업체들의 줄폐업을 예고하는 부동산 시장의 '폭탄'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압도적인 수량을 가진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해소돼야 우리나라 전체의 미분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골드바'까지 등장한 할인 경쟁

정상적인 가격으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는 그리 많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58개 단지 중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아파트 단지는 32개로 집계되고 있다.

상당수가 분양가의 10~15%를 할인하거나 계약 축하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까지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 후 시세가 하락할 경우 시행사가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환매 조건까지 등장해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 남구 대명동의 한 신규 단지는 선착순으로 계약자들에게 축하금과 함께 '골드바' 10돈을 증정했다.

수성구의 한 신축 단지는 분양가의 10%를 할인하고 계약 축하금으로 90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수성구의 한 단지는 15% 할인 혜택과 함께 입주 후 2년 이내 시세가 하락하면서 시행사가 이를 보상하는 환매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 분양사 직원은 "신규 아파트의 할인률, 페이백 등 할인 조건에 만족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계약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걱정했다.

문제는 올해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광고업체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신규 분양 단지는 9개 단지, 5000가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는 20개 단지 1만 가구가 신규 분양을 대기하고 있어 미분양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내년부터 대구시가 2023년부터 시행한 '신규 아파트 신축 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올해만 넘기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두석 애드메이저 대표는 "지난해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남구, 수성구 일부 아파트 단지는 완판을 기록했는데 이는 아파트 위치와 가격의 균형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내년부터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올해가 아파트 구입에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아파트 단지. / 더팩트 DB
대구 지역 아파트 단지. / 더팩트 DB

◇정부, 이제 나서나

대구가 미분양 '폭탄'을 안고 있는 원인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주택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물량은 10만 3140가구다. 한 해에 평균 2만 5000가구씩 공급한 셈인데, 이 물량이 누적되면서 최악의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를 포함한 건설시장 안정대책을 준비 중이다. 지역에서 가장 원하는 정책은 지방에 한해 오는 7월 시행될 3단계 DSR에 대해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수도권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들 정책은 지역에서도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지만 정부는 수도권 집값 상승을 우려해 이를 무시하거나 '효과가 없다'며 일축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대구시가 주최한 민관합동 주택정책 자문회의에서도 지역 전문가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혜택, DSR 완화를 비롯해 청년층에 대한 특례 대출을 통한 실수요자 지원 강화,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금리 정책, 법인세제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이날 밝힌 것처럼 'DSR 유예 또는 완화'를 빠트릴 경우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DSR 규제 자체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출발한 것인데 집값이 낮은 지방도 똑같이 적용받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최근 지역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볼 때 정부가 주거 정책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할 때가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일반화됐는데도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지역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 또는 침체되는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공주택지구 지정,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지정 권한 만큼은 반드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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