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이 탄핵정국, 환경단체 반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은 수돗물 불신이 높은 대구시민들에게 안동댐에서 도수관로(길이 110㎞)를 통해 대구 정수장까지 공급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홍 시장의 선거공약으로 시작됐으나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구미에서 안동으로 바뀐 취수원 이전
취수원 이전은 30년 넘게 추진해온 대구시의 숙원사업이다. 대구시는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깨끗한 수돗물을 확보하겠다는 염원으로 구미 해평정수장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무려 12년에 걸쳐 구미시와 협의를 계속했다. 마침내 2022년 구미시와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서 취수원 이전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홍 시장이 2022년 취임 직후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수원 이전은 대구시의 문제로, 적극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격적으로 바꿨다. 전임 시장들이 오랜 기간 구미와 숱한 갈등을 겪으면서 반대론자와 구미시민을 달래가며 취수원 이전 합의를 이뤘지만 홍 시장은 단칼에 합의를 무효화했다.
홍 시장이 구미시와 추가 논의를 하지 않고 안동댐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결정’이라며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홍 시장의 기세등등함(?)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대구시는 "구미 해평정수장에서는 하루 30만 톤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안동댐으로 옮기면 물이 더 깨끗한데다 하루 46만 톤을 공급받을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이전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구시는 그해 11월 안동시와 ‘맑은 물 공급과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무난하게 취수원 확보를 위한 첫발을 뗐다.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은 대구시가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것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먼저 안동댐 물이 낙동강 최상류에 있는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와 인근의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동시민들조차 안동댐 물을 먹지 않는데 대구시민에게 ‘독약’을 먹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가 안동댐 물을 검사해 ‘1급수’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호수 바닥에 깔려 있는 중금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Cd)이 평균 6.79~8.5mg/kg이 검출돼 최악의 수질 단계인 4단계 기준치 6.09mg/kg을 넘어선 것을 예로 들었다.
두 번째는 낙동강 물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구에서 물을 끌어가면 상주, 예천, 구미 등 낙동강 유역에 물 부족 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안동댐 직하류로부터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도수관로를 건설하는데 2조 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쓸데없는 예산낭비라고 주장했다. 그 돈을 낙동강 수질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대구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되는 구미산단에 무방류 시스템을 설치하면 시민들은 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와 대구시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잘못돼 있다"면서 "도수관로 건설 예산을 낙동강의 수질 개선에 투자해 유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16일 대구에서 열린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 회의장에 들어가 시위를 벌여 대구 취수원 안동댐 이전을 심의하려던 회의를 무산시켰다. 정책분과는 조만간 환경단체들과 1, 2차례 간담회를 갖기로 하고 상호 이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취수원 안동댐 이전은 법률에 따라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돼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번 정책분과회의는 최종 의결에 앞서 안건을 심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인데, 환경단체가 난입할 줄 몰랐다"면서 "환경부의 올해 업무보고에 나타난 것처럼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의결은 상반기 중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의 대선 출마, 특별법 제정 여부가 난관?
이 사업은 홍 시장이 주변의 우려를 뿌리치고 홀로 강행한 ‘원맨쇼’나 다름없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 시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추진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구시는 만일의 경우 홍 시장이 없더라도 지난해 7월 환경부에 의해 국책사업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은 "사업 초창기라면 시장의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겠지만,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법과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이 발의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특별법이 통과돼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및 취수지역 특별지원사업의 국가예산 투입이 가능해진다. 이 사업의 b/c(비용 대 편익)값이 0.57(예타 통과 기준 1)에 불과해 예타 면제가 필요하고, 건설비 1조8000억 원(울산 3000억 원 포함)을 정부·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특별법은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전문위원들이 검토하는 단계에 있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중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경우 대구시는 2030년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 계획에 따라 2, 3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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