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요 문화예술 기관 수장 선임 두고 '갑론을박'…지역 예술계 시선은?
  • 나윤상 기자
  • 입력: 2025.02.06 14:51 / 수정: 2025.02.06 15:21
"역량 있는 외부 인사" VS "현지 사정 잘 아는 지역 예술인"
"거대 담론 세워 이를 바탕으로 장기 플랜 짜야" 공통 의견
광주시립미술관 전경./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경./광주시립미술관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광주 지역 주요 문화예술 기관 수장인 광주시립미술관 관장과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지역 예술계에서는 역량 있는 외부 인사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출신 예술인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확장성을 강조하는 반면, 지역 출신 예술인을 뽑아야 한다는 측에서는 지금까지 전례를 봤을 때 외부 인사는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6일 <더팩트> 취재 결과, 문화예술 기관장 선임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의견이 나뉜 상태이지만 예술인들은 한목소리로 새로 선임될 기관 수장이 지역 문화예술계를 위해 거대 담론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 플랜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19일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광주시는 공모를 통해 최종 10명의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정했다. 합격자들 중 1명을 제외하고 9명이 면접을 진행했으며 최종 2명이 광주시립미술관장 후보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하루K 작가를 필두로 한 30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립미술관장과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임용 절차에 대해 독단적 운영을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하루K 작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립미술관장 임용 절차에 대해 본인들의 요구가 관철됐다고 보았다. 다만 이번에는 역량 있는 외부인 출신이 지명돼 지역 예술계를 활성화하고 거대 담론을 바탕으로 하는 원칙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하루K 작가는 "이번에 관장이 될 분은 즉흥적 계획이 아닌 장기 플랜을 가지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2025년에 2027년 전시계획이 세워져야 하지만 지금 시립미술관은 그것을 하지도 못하고 있고 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역량 있고 뛰어난 외부 인사가 와서 이런 부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G.MAP 오를랑 특별전시회 모습. / 더팩트 DB
G.MAP 오를랑 특별전시회 모습. / 더팩트 DB

반면, 지역 출신을 선임해야 한다는 예술인들은 지금까지 광주 예술계 수장 자리가 외부 인사 경력을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는 의견이다. 외부 인사가 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하고 수도권 등 더 큰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 출신이 현지 사정을 잘 알아 어려운 지역 예술인에 대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A 센터장은 프랑스 유학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예술인의 초대전을 실시해 시 행정감사에서 "심의기구 자문을 받지 않고 행한 보은 전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주하 작가는 "외부 인사는 광주에서 스펙 쌓기 위해 내려오기 때문에 어떤 원칙을 세우거나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임기 동안 적당히 하다가 가겠다는 모습이 강해 보였다"면서 "그렇다보니 지역 예술계를 위한 장기 전시계획이나 이런 것이 보이지 않고 즉흥적이고 친한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남도립미술관 허양만 작가의 종이의 영웅 칸ㅁ의 서사 포스터
전남도립미술관 허양만 작가의 '종이의 영웅 칸ㅁ의 서사' 포스터

이처럼 지역 예술인들의 시각이 두 가지로 갈라지지만 광주가 예향 도시로 선도적 입장을 견지하는 데 필요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같다.

이들은 같이 관장의 역량이 미술관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한 예시로 전남도립미술관을 들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020년에 이지호 관장이 취임하며 지난해 리너스 반 데 벨데 벨기에 작가 전시회와 허영만 작가의 '종이의 영웅, 칸ㅁ의 서사' 등을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겨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전시는 전국에서 도립미술관을 찾는 계기로 만들어 15만여 명이 찾는 등 주목을 받았다.

박 작가는 "도립미술관은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글로벌한 느낌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획이 관장의 역량이고 시립미술관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선임되는 관장은 체계적이고 장기 플랜을 세운 후에 굵직한 전시회를 기획하다 보면 광주가 예향 도시로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피력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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