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부겸 전 총리 "갈등의 공화국에서 공존의 공화국으로 전환해야"
  • 이광희, 선치영, 정예준 기자
  • 입력: 2025.01.24 12:00 / 수정: 2025.01.24 12:00
"尹, 헌법 위에 군림하는 왕 같은 권력 행사해 와"
"민주당 탄핵 남발·강경 일변도 국민 피로도 키워"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이광희·선치영·정예준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 12·3 계엄사태 등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민주공화국의 회복과 민생 안정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2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무자격자가 대통령이 돼서 벌어진 비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더불어 12·3 계엄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왕 같은 권력을 행사했다"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강행, 가족 방탄을 위한 거부권 행사, 부적격자 인사 강행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김 전 총리는 현 상황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평가하며 "정치권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생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장 주도의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민생과 경제 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익과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은 정쟁이 아니라 국정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을 원한다"며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탄핵 남발과 강경 일변도 전략이 국민의 피로감을 키웠다"며 민주당의 내부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조기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 출마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우선 정국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역할을 찾겠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언급하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제의 권한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국민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논의를 촉구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포용과 협력으로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갈등의 공화국을 공존의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일문일답.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 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

"무자격자가 대통령이 돼서 벌어진 비극으로 민주공화국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 면제, 거부권 등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왕 같은 특권으로 본듯하고, 그러한 인식이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초제왕적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국민적 반대에도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강행할 때 비극은 이미 예고됐다. 그 이후에도 가족 방탄을 위한 '거부권 행사', '부적격자 인사 강행', '내맘대로 특별사면'이 이어지다가 결국 계엄까지 불러왔다.

계엄 이후의 수습 과정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절차를 거치는 중이라고 총평을 내릴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처음이다. 비극은 안타깝지만 윤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았고 경호처와 공수처가 충돌하게 하는 등 공동체를 위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이제는 국정 안정과 민생회복을 최우선 순위에 둘 때다.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국회의장 주도의 여야정 협의체가 발족했으니, 민생과 경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도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여당과 합의해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국익과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여야의 지지율 판도가 바뀌고 있고 이는 민주당의 줄 탄핵과 폭주가 원인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들께서는 대안과 비전을 가진 리더십을 찾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한 것까지는 적절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강경일변도 전략을 지속하면서 피로감과 민생에 대한 불안을 키운 것이 지지율에 영향을 줬다.

정치와 민생의 안정을 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우리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받아들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정쟁이 아니라 국정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이다.

우리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민생경제 등 경제 여건 전반에 대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 쓰나미에 휩쓸리는 민생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를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지구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민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출범한 만큼, 대외적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는 '여야정과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대책기구'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착수해야 한다.

추경 등도 이 대표 대선 준비로 오해받을 내용까지 묶어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여당이 반대하지 않는 것부터 단계적 합의로 진행시켜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소비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추경을 할 거면 빨리하는 게 좋다고 말하지 않았나. 반대가 없을 것부터 협의해 가야 한다.

어떤 변명도 불필요하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계속 의문을 품고 부정하기 전에 우리 민주당 내부부터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좋아서, 국민의힘이 잘해서 올라간 지지율이 아니다. 민주당이 못해서, 기대에 못 미쳐서 국민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 등 과도한 강경일변도 전략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정치와 민생의 안정을 원하는 국민의 염원에 거스른 것으로 정국을 더 불안하고 민생을 힘들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위기다. 국민이 민주당을 대안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우리 민주당 너무 안일하다. 걱정이 깊다."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출마할 의사 있는가

"아직 탄핵심판이 끝나 조기 대선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대선 출마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

우선 정국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어떻게 보는가

"당 차원에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다만 이는 이재명 대표 본인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 아니겠나.

회피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대표가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하리라 믿는다."

-이번 조기 대선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계엄사태로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갈등의 공화국'을 '공존의 공화국'으로 전환해 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팬덤 정치로 심화된 이념 갈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 행보로 정점을 찍으며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갈등 공화국'이 됐다.

국민은 갈등 조정을 위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극단적 세력까지 아우르자는 말은 아니다. 극단세력을 제외한 합리적인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극단세력의 준동을 막아낼 수 있다.

사회를 분열시키는 극단적 이념과 세력을 배제하고,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통합이 필요하다.

극단세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배제가 아니라, 사회 안정과 공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갈등의 공화국'을 넘어 '공존의 공화국'으로 가기 위해선 합리적 다수가 중심이 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조기 대선의 전망과 이재명 대표로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확인되며 '이재명의 시간'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호불호가 강한 인물과 열광적 지지자는 없지만 다수를 아우르는 인물 중 어느 쪽이 더 본선 경쟁력이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다양한 후보들이 논의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와 역량 강화, 정권 교체 성공을 위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생각은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선 개헌 후 대선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각 후보들이 개헌의 시점과 내용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 사태 원인은 많은 부분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

비상계엄 사태부터 시작해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인물과 제도, 두 문제가 만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민주적 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헌법만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곧 헌법은 국민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가의 기본 규칙이다.

민주공화국에서 헌법으로 제한하지 못하는 권력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 자체가 반헌법적 표현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곧, 주인인 국민의 권리가 제약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치우친 권한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의회와 야당, 사법부를 존중하는 것이 권력 분립의 핵심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을 어떻게 보는가

"트럼프의 귀환은 한미관계를 포함한 국제 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직면할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한다.

우선 한미 양자 간 물꼬를 트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둘러 이를 위한 여야민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는 다자주의가 아니라 양자주의 시대이고, 경제 안보의 시대이다. 현재 양자 협의 채널이 불분명하다. 빠르게 정치를 정상화해 한미 양자 간 물꼬를 터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관세 장벽 등으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와 높은 대미 의존도를 가진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자국의 무역적자를 미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지난 수년간 대미 수출과 무역 수지는 역대급 흑자를 기록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탄핵정국 장기화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정부 차원의 대응은커녕 적기를 놓쳤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단체들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응 중이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은 개별적 대응으로는 불가능하다. 여야민정 협의체 가동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언급 자제하고, 한국 경제 발전이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는

"무역 국가인 우리나라에게 핵무장론은 현실성이 없다. 미국의 핵우산이 건재하니 이를 통해 안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

-중도좌파로 강단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을 듣고 싶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인은 현재와 같은 혼란스러운 정국에 오히려 위험하다.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자극적인 언행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보다는 균형을 잡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럴 때야말로 저같이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접근을 지향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단이란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피력하고 싶은 소신이 있다면

"계엄사태라는 정치적 쇼크로 저성장 기조가 커진 시점이다. 여기에 트럼프 귀환 등 대내외적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안정한 정국은 경제 심리 위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정치 안정이 가장 시급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맬 시간이 없다. 기술 혁신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 등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기술 발전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 등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제모을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를 통해 포용적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가 마련된 국가에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정치가 포용적이어야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함을 설파한 것이다. 개방적 협력적 정치 체계야말로 경제 발전의 중요한 토대다. 정치인으로서 저 역시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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