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7년 전 20억 들여 대추공원 조성
공원 70% 훼손하고 파크골프장 새로 조성
지역 자산 관리와 예산 집행 신중한 접근 필요
군위군은 2017년 의흥면 수서리 일대에 20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어슬렁대추정원'을 준공 7년 만에 또다시 3억 원을 들여 파크골프장으로 조성했다./정창구 기자 |
[더팩트 | 군위=정창구 기자] 대구시 군위군이 약 20억 원을 들여 조성한 대추공원을 파헤치고 그 자리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예산 낭비와 지역 관광 자산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2017년 대추공원 조성…관광명소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군위군은 2017년 의흥면 수서리 일대에 9142㎡ 규모로 대추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대추를 형상화한 높이 11m의 대추탑과 대추모형 화장실, 136개의 경관 조명, 팔각 정자, 조각 작품 6점 등이 설치되었으며, 다양한 조경수와 대추나무도 심어져 있었다.
대추공원에는 조경수 20종 1만 5000주, 대추나무 등 교목 315주, 관목 1만 4175주, 맥문동 940본 등이 심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수 나무가 뽑혀지고 그곳에 잔디를 깔아 파크골프장으로 조성했다. /정창구기자 |
특히 7억 원을 들여 설치한 대추모형 화장실은 처음에는 '호화 화장실'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대구시에서도 관광 명소로 소개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공원은 지역 특산품인 대추를 홍보하며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군위군은 내륙 지역이지만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비옥해 당도가 높은 대추를 연간 약 2000톤 생산한다. 특히 주력 품종인 ‘왕대추’는 일반 대추보다 크기가 3~4배 크고 당도와 맛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던 대추공원이었지만, 군위군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이곳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대추공원 훼손
군위군은 약 3억 원을 들여 대추공원 부지 70%가량에 9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대추나무와 조경수들이 뽑혀 폐기되었으며, 공원 대부분이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였다.
주차장을 제외한 공원 시설은 사실상 골프장으로 변모했고, 관광객들은 철제 울타리 사이에 난 좁은 출입문을 통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심정혜 씨(46, 경산시)는 "군위에는 화본마을, 삼국유사테마파크, 인각사 등 집에서 멀지 않은 관광지가 많아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대추공원이 파크골프장으로 바뀐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아이들 체험 학습에도 좋았던 대추나무가 모두 사라졌고, 쪽문을 통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 주민들 "모두를 위한 공원 훼손하고 일부를 위한 골프장 조성 이해 안 돼"
군위군 관계자는 "인근 다른 부지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토지 지목이 맞지 않아 결국 대추공원을 선택하게 됐다"며 "관련 부서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군위군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공원을 훼손하면서까지 골프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군위군은 공원을 조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들였고, 대추공원이 지역 특산물인 대추를 홍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민들은 "관광객과 주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훼손하고, 일부 골프장 이용자만을 위한 시설로 전환한 것은 군정의 실패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하던 공원이 골프장 이용자만을 위한 시설로 바뀌어 주민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창구 기자 |
◇ 예산 낭비와 지역 관광 자산 보호에 대한 시사점
이번 사례는 지자체의 관광 자산 관리와 예산 사용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대추공원은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관광자산을 훼손과 관광객의 불편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지역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한 것이다.
관광 자산은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기존 자산을 훼손하는 정책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역 자산 관리와 예산 집행에 대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t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