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명소' 경산 반곡지, 인공 시설물 지어 자연 풍경 훼손
입력: 2025.01.14 12:00 / 수정: 2025.01.14 12:00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는 사계절 명소
시비 들여 건립한 다목적센터 '옥에 티' 지적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엉뚱한 건축물을 지어 경관이 크게 훼손 되었다. /경산=김선완 기자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엉뚱한 건축물을 지어 경관이 크게 훼손 되었다. /경산=김선완 기자

[더팩트ㅣ경산=김선완 기자] 경북 경산시가 농촌개발사업을 하면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널리 알려진 남산면 반곡지(盤谷池)에 다목적센터를 지어 자연 풍경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산시에 따르면 반곡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0년 전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지정한 저수지로, 1903년에 농업용으로 확장돼 면적은 79ha(23만 7000평)에 저수량은 3만 9300톤에 이른다.

저수지 둑 주변에는 수백 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터널을 이뤄 고목과 호수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그림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처럼 뛰어난 풍경으로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이곳은 영화 '허삼관'과 드라마 '홍천기', '구르미 그린 달빛', '사의 찬미', '붉은 단심' 등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하다.

사계절 달라지는 풍경인 경산 반곡지는 왕버들이 호수에 잠기듯이 비추는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을 받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경산=김선완 기자
사계절 달라지는 풍경인 경산 반곡지는 왕버들이 호수에 잠기듯이 비추는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을 받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경산=김선완 기자

왕버들 고목이 호수에 비치는 그림 같은 장면은 사계절마다 바뀌는데 매년 4월 초순 일대가 복사꽃으로 만발하면 '복사꽃 걷기대회'가 열려 반곡지에서 조곡리를 잇는 마을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붐빈다.

시는 이곳을 생태공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농산어촌개발사업' 공모로 14억 원을 받아 시비 6억 원을 추가해 총 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까지 반곡지 주변에 3122㎡(947평) 규모의 생태 경관 시설을 조성했다.

생태 경관 시설은 반곡지 주변을 숲속 생태 놀이터와 산책로, 둘레길, 쉼터, 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저수지 남쪽 입구에 경관을 즐기는 팔각정 시설을 뜯어낸 자리에 엉뚱하게도 시비 5억 4000만 원을 투입, 연면적 141㎡(43평·1층) 크기의 다목적센터를 건립했다.

반곡지 남쪽 입구에 인공적으로 다목적센터를 설치해 결국 풍경을 해치는 꼴이 되었다. /경산=김선완 기자
반곡지 남쪽 입구에 인공적으로 다목적센터를 설치해 결국 풍경을 해치는 꼴이 되었다. /경산=김선완 기자

시가 지난해 10월 건립한 다목적센터는 남산면 반곡리 주민공동체에 운영을 맡겼고, 임대인은 보증금 1000만 원에 매월 70만 원을 내고 카페를 열었다. 당초 계획은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샤인머스캣·대추 등을 활용한 디저트를 팔기로 했으나 지금은 커피 중심의 음료만 팔고 있다.

수백 년 된 왕버들 군락지가 호수에 잠기면서 그림 같은 장면이 찍히는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산=김선완 기자
수백 년 된 왕버들 군락지가 호수에 잠기면서 그림 같은 장면이 찍히는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산=김선완 기자

13일 반곡지의 겨울 풍경을 찍으러 왔던 정부천(63, 사진작가) 씨는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저수지 둑에다 풍경의 조화를 깨는 건축물을 만들어 그게 주민 소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주민들 요구로 다목적센터를 당초보다 남쪽으로 20m 정도 옮겨 건축하면서 팔각정을 제거했으나 결국 일부 경관을 해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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