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당당하게 맞서면 될 일…트럼프 2기 대비 네트워크 가동 중"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수원의 한 설렁탕집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설렁탕을 먹고 있다./신태호 기자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13일 오전 경기 수원의 한 설렁탕집.
‘대한민국 경제재건 경기도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백월(Back wall)을 배경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80여 명 기자들 앞에 섰다.
대통령 탄핵으로 빨라진 대선시계 속에서 연례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신년 기자간담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맨 김 지사의 눈빛과 표정이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그는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나락에 빠진 민생경제를 위해 50조 규모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2기를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 경제 전권대사’ 임명, 기업 세무조사 유예, 수출관세 한시적 폐지 등 실질적 경제정책도 제시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경제부총리 등을 지내며 이미 검증했을법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막힘 없이 쏟아졌다.
김 지사는 트럼트 2기를 앞두고 "민주당, 공화당 양측의 네트워크를 가동을 하고 있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많은 지도자들과 여러 가지 네트워크와 교분이 있다"며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면서는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현 정부의 경제대응에 대해선 간사한 꾀로 속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쏘아붙였다.
김 지사는 "정부가 추경에 대한 언급 없이 조기집행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안이한 인식과 태도를 경고했다. "(슈퍼 추경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민생을 나락으로 빠뜨리고,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율이 되레 하락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내란 종식을 위한 정치적인 노력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비전도 제시해야"고 지적했다. 정치적 유불리에만 매몰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을 빠뜨리고 있다는 일침으로 들렸다.
김 지사는 "(이런) 노력을 병행하면 당연히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고, 정권교체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출입 언론 신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경기도 |
자신의 대선 출마여부 등과 관련해서는 "지금 대선 이런 거 생각하거나 제가 집중을 할 사안도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빠른 내란 종식과 경제 재건 그리고 나가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온 힘을 쏟겠다"고만 했다.
당내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맞서서는 당 내부에서 '정공법'을 택할 의지를 보였다.
자신과 함께 ‘신 3김’으로 불리는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과 당 외곽에서 ‘제3지대’를 구축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김 지사는 "지금 민주당원"이라며 "3지대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정상적 사법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대표도 당당하게 맞서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보수진영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일정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결부시키는 것을 두고 "같은 선상의 것이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긋기도 했다.
군을 동원해 국회를 중단시키려 하는 등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과 이 대표의 사건은 본질적으로 그 경중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회견문 말미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힌 김 지사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 경기지사로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는 자연인 김동연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내보였다.
김 지사는 회견 뒤 자리를 뜨지 않고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푼 뒤 기자들과 설렁탕을 함께 먹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회견장으로 설렁탕집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려워 골목상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김 지사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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